새로운 작용기전의 당뇨병치료제 SGLT2억제제가 국내에 등장한지 3년째다. 현재 시판 승인받은 약물은 포시가(아스트라제네카), 슈글렛(대웅), 자디앙(베링거인겔하임·릴리),  인보카나(얀센) 등 총 4개다.

일본 역시 2014년부터 앞서 언급한 3가지를 포함해 SGLT2억제제 5개가 잇달아 발매됐다. 하지만 발매 직후 부터 피부 부작용 보고가 나오면서 급기야 판매 2개월만에 전문가위원회가 약물의 적정 사용을 권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피부증상은 복용례의 1%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지면서 발생률와 약물기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디칼트리뷴은 당시 SGLT2억제제의 적정 사용을 요구했던 도쿄대학 피부과 사토 신이치 교수와 피부 부작용 전문가인 쇼와대학 피부과 수에키 히로히코 교수, SGLT2억제제의 피부 이행성을 검토한 교토대 약물동태학 사카에다 도시유키 교수로부터 SGLT2 억제제의 피부증상 문제에 대한 대담 내용을 소개한다. 이 내용은 일본메디칼트리뷴에 실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에 언급된 약물은 이프라글리플로진(상품명 슈글렛),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토포글리플로진(애플웨이, 국내미발매), 루세오글리플로진(루세피, 국내미발매),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이다.

부작용의 20%는 피부증상

일본내 제약회사 시판후 조사에 따르면 SGLT2억제제의 피부증상은 모두 전체 부작용의 약 20%로 다른 부작용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처방수가 없어 발현 빈도를 알 수 없다.

사토 교수에 따르면 SGLT2억제제의 피부증상은 서양 보다 일본에서 유독 많이 발생했다.

피부증상에 인종 차가 있는데다 초기에 여러 피부증상이 보고되면서 의사들이 민감해진 때문이라는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피부증상은 약물 알레르기, 발진, 가려움 등이다. 증상이 전신에 퍼졌거나 입원한 경우, 스테로이드 전신투여한 경우는 중증례로 간주했다.

다만 현재 발표된 제약회사의 부작용 보고에서는 '중증 피부장애'가 각양각색이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티븐스 존슨증후군 발병례의 경우 전신에 피진이 발생하고 점막진이 있으면 이 증후군으로 판단해도 무방하지만 단기간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 전형적인 증례와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이 증후군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약물에 의한 스티븐스 존슨증후군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게 사토 교수의 설명이다.

발열, 점막증상, 광범위 발진은 '위험'

수에키 교수는 이프라글리플로진의 사용 경험을 소개했다. 첫번째 환자는 약물 복용 14일 후에 다리에 여러 형태의 홍반 유사 발진이 발생하 경우.

병변은 다리에만 발생했으며 투약을 중단하자 금방 증상이 사라졌다.

두번째 환자는 안면에 홍반 종창이 나타나 경우로 몸통에는 구진이 나타났다. 하지만 단독사용이 아니라서 SGLT2억제제를 원인 약물로 특정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발진이 점차 확대되는 경우 SGLT2억제제를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다만 약물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한다.

위험한 증례의 경우 발열, 점막증상, 광범위 발진의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SGLT2억제제로 인해 피부증상이 나타났다면 다른 클래스의 당뇨병치료제로 바꾼다. 동일 계열의 약물로 바꿀 경우 피진이 즉시 재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을 투여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피부과의사와 협진해야 한다.

피부증상은 알레르기인가

사토 교수는 SGLT2억제제의 피부증상은 미스테리로 간주한다. 복용 당일과 다음날 등 복약하자마자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약물 알레르기는 IV형인 경우가 많고, 감작에는 1, 2주가 걸리는 만큼 복용 즉시 나타나는 경우는 적다. 그렇다면 피부증상의 발현 기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긴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게 없다고 한다.

또다른 미스테리로는 약물알레르기가 비대칭으로 나타난다는 것. 수에키 교수에 따르면 약물알레르기 대부분은 좌우대칭으로 나타난다. 반면 SGLT2억제제로 인한 약물알레르기는 부분적인데다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다양한 홍반 형태 등은 알레르기 기전 때문인 경우가 있는 한편 비알레르기성인 경우도 있어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미스테리다.

미스테리를 둘러싼 3가지 가설

피부증상을 일으키는 가설도 제시됐다. 그 중 하나가 SGLT2억제제가 탈수를 유발해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토 교수는 이뇨제로 인해 탈수가 일어나도 피진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이는 잘못된 가설이라고 말한다.

이와 반대로 SGLT2억제제가 발한 작용을 일으켜 땀띠같은 피진을 일으킨다는 가설도 있다.

수에키 교수는 2014년 봄~여름에 SGLT2억제제에 의한 발진이 많이 보고된 점에서 땀에 주목했다. 현재 SGLT2억제제와 발한의 관련성은 임상연구 중이다.

최근 약물의 분자가 그대로 T세포 항원수용체와 MHC분자와 결합해 활성돼 약물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pi-concept 가설도 제시됐다.

Pi-concept(pharmacological interactions of drugs with immune receptors)이란 저분자량 분자가 항원제시세포에서 처리되지 않고 공유결합없이 특이적 T세포를 활성시킨다는 가설이다.

사토 교수는 "약물알레르기 반응 출현 속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기존 합텐 가설을 대체하는 pi-concept밖에 없다"고 말한다.

합텐(hapten) 가설이란 약물알레르기 유발에는 감작이 필요한데 약물 분자가 너무 작아서 반드시 합텐(불완전항원)으로서 단백과 반응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약물동태학 전문가인 사카에다 교수는 SGLT2억제제 간 피부 부작용을 비교한 논문 도 제시했다.

이 논문은 앞서 언급한 SGLT2억제제 4종류가 승인 직후 3개월간 부작용 발현율을 조사한 것으로 이들 약물 가운데 이프라글리플로진 복용례에서 피부증상 발현율이 높았다.

피부증상이 클래스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한 피부이행성 검증도 실시했다. SGLT2억제제를 용량 별로 쥐에 경구 투여하고 1, 8, 24후에 피부조직내 농도를 측정했다.

그러자 루세오글리플로진을 제외한 모든 약물이 피부조직으로 이동했으며, 이프라글리플로진만이 혈중에서 사라진 후에도 피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SGLT2억제제의 피부 속 움직임은 약물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SGLT2억제제의 피부증상 미스테리는 여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어떤 증례에서 어떤 조건에서 피부증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당뇨병전문가, 피부과전문가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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