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러 비만치료제가 개발돼 왔지만, 안전성 문제로 판매가 중지되거나 엄격한 적응증으로 사용에 제한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당뇨병치료제인 GLP-1수용체길항제 리라글루타이드가 비만에 대한 적응증을 얻은 가운데 지난 8일 끝난 제79회 미국내분비학회(ENDO2015)에서 새로운 비만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잇따라 보고됐다.

어떤 비만치료제의 경우 남성에 투여하자 기름진 음식 섭취가 줄어들었고, 현재 개발 중인 약물에서는 비만한 쥐에 투여하자 체중감소 및 인슐린 감수성 개선 외에도 백색지방세포이 갈색으로 변하는 결과도 얻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남성에 옥시토신 투여시 평균 섭취열량 122kcal 감소

미국 하버드의대 엘리자베스 로손(Elizabeth Lawson) 교수가 발표한 건강한 남성 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뇌시상하부의 신경 펩타이드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코에 1회 투여만 해도 섭취열량이 줄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등의 식사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적정 체중의 남성 13명, 과체중이나 비만남성 12명을 맹검상태에서 옥시토신(24IU)이나 위약을 1회 코에 투여한지 1시간 후 아침식사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 투여군이 위약군에 비해 평균 섭취열량이 122kcal 줄었고 특히 지질의 평균 섭취량은 9g 감소했다.

이 밖에도 옥시토신 투여군에서는 체지방의 에너지원 이용률이 높아졌다. 한편 심각한 부작용 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위약군에 비해 부작용 빈도도 증가하지 않았다.

교수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지만 옥시토신은 비만과 대사 증후군의 유망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옥시토신 작용은 남녀마다 다른 만큼 향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효과와  안전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과 유즙분비의 촉진 외에 타인에 대한 애정과 신뢰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코에 투여하는 옥시토신은 2014년 유럽에서 프라더윌리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 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분만유도 주사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 비만 외에도 자폐증 등의 치료제로 연구도 진행되고있다.

갑상선 호르몬 모방제 GC-1 '백색지방세포의 갈색화' 기대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연구소 케빈 필립스(Kevin Phillips)박사는 GC-1 (sobetirome)이 비만 쥐에 미치는 체중감소 효과와 그 메커니즘에 대해 발표했다.

GC-1은 갑상선호르몬 모방약물(thyromimetic)로서 간에서 콜레스테롤과 리포단백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선호르몬수용체(TRβ1)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체지방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심장이나 근육, 뼈 등에 많이 발현하는 TRα1과의 결합 기능이 약한 만큼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임상 응용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필립스 박사는 유전성 비만 쥐와 유도성 비만 쥐에 GC-1을 하루 1회 투여한 결과, 시험시작 2주 후 유전성 비만 쥐의 체중감소 및 지방량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감수성도 개선됐으며, 유도성 비만 쥐 역시 GC-1 투여로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비만 쥐에서 유래한 배양세포를 이용한 다른 실험에서는 GC-1 투여 후 백색지방세포가 갈색지방과 유사한 조직으로 변환(white-fat browning)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몇년 전까지는 지방연소와 열생산 작용을 가진 갈색지방세포가 동물과 어린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됐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성인에서도 갈색지방 유사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백색지방세포 속 갈색지방 유사세포의 발현과 백색지방세포가 갈색지방세포로 변환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필립스 박사는 "GC-1이 백색지방세포를 갈색으로 바꾸는 약물로서 비만과 대사증후군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직은 동물실험이지만 이상지혈증에 대한 GC-1의 임상시험도 다수 진행 중이다.

다만 인간의 비만에 임상 응용할 경우 이상지질혈증 치료보다 고용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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