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부정맥치료법 '다채널 전기자극'

통증없이 조용하게 부정맥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효과적이지만 강력한 충격으로 통증이 동반되는 삽입형 제세동기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표 교수와 서울대 공대 김대형(IBS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현택환 교수(IBS 나노입자연구단장) 공동 연구팀은 부정맥 발생 부위에만 전기 자극을 가해 큰 충격없이 치료할 수 있는 다채널 전기자극 어레이(array, 배열)를 개발했다고 미국과학진흥협회지(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부정맥은 심장에서 생성하는 전기 신호에 이상이 생겨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질환으로, 전기 자극으로 부정맥을 차단한다.

삽입형 제세동기가 강력한 충격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부정맥 시작 부위만 발견해 자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장 전체에 강한 충격을 주는 만큼 통증은 물론 심장의 정상 수축기능도 방해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다채널 전기자극 어레이는 부정맥 시작 부위에만 전기 자극을 가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8개 또는 32개의 전극 채널이 4×2 또는 8×4 로 배치돼 각 전극을 통해 심장 여러 부위의 전기 신호를 측정한다. 

연구에 따르면 심근경색 동물 심장 모델에 적용한 결과, 부정맥의 시작 지점을 정확히 진단했다. 부정맥 발생 부위에만 자극할 수 있어 심장에서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전기 자극(역치하 자극)을 연속적으로 발생시켜 부정맥 전기 신호가 차단됐다.

큰 충격을 동반하는 기존 삽입형 제세동기와 달리 악성 심실 부정맥을 '조용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치하 자극으로 효과가 없을 경우 자극 강도를 순차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또한 역치하 전기자극을 지속하면 부정맥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이용해 역치하 전기자극군(29마리과 비자극군(29마리)으로 나누고 심근경색을 유도한 결과, 부정맥 발생 비율이 예방군에서 3배 이상 높았다.

이승표 교수는 "악성 심실 부정맥은 심부전 환자에게 동반되는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로, 이를 치료하기 위한 강한 제세동 충격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부정맥을 통증 없이, 사전에 차단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이번 연구는 부정맥 치료의 발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