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 중 1명은 불면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수면장애 진단분류체계 제 3판에서는 불면증 진단 기준으로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등의 불면 증상이 3개월 이상 유지되고,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이 큰 경우를 꼽는다.

즉 불면증 기준 가운데 하나는 단순한 수면시간이 아니라 주관적인 수면 불만이다. 수면다원검사에서는 실제 수면시간 보다 더 적게 잤다고 느끼는 경우가 흔한데, 이를 수면 오지각 (sleep state misperception)이라고 부른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에 따르면 수면오지각은 역설적 불면증이나 주관적 불면증 등의 별칭이 있으며, 환자와 의사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현상이다.

수면오지각 발생의 첫번째 원인은 수면의 질 저하다. 수면은 크게 1, 2, 3 단계와 렘 수면 단계로 이루어지며, 정상 수면에서는 각 단계가 일정한 비율로 골고루 관찰된다. 하지만 피로나 낮잠, 커피, 음주 등 여러 이유로 숙면이 줄어드는 수면의 구조가 변할 수 있다.

두번째는 불면장애 외 수면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다. 수면장애 가운데 하나인 수면무호흡증은 불면장애를 제외하면 유병률이 가장 높다. 수면 중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저산소혈증, 미세각성, 교감신경활성화 등이 자주 나타나 주관적인 수면 만족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불면증이 심한 사람이 우울증상도 강하면 수면오지각을 크게 경험한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전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연구팀는 불면증환자 33명을 대상으로 객관적 수면시간과 주관적 수면시간의 수면오지각 정도를 평가해 유럽 정신신체의학회지(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오지각 정도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치료 반응은 비례했다. 

연구팀은 "수면오지각은 불면증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역기능적 사고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어, 인지치료가 포함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반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면 오지각의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수면 오지각을 경험하는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제 복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면위생교육, 수면습관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