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치료제인 디곡신 효과에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일 괴테대학 메이트 바모스(Mate Vamos) 교수가 "심방세동과 심부전 환자에 디곡신을 투여하면 전체 사망위험을 21% 높인다"고 Europe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년간 발표된 19건의 연구, 30만명 이상을 메타분석한 것으로 심방세동에만 한정했을 때 사망위험은 이보다 더 높은 29%로 나타났다.

DIG 시험 이후, 안전성 의문 잇달아

심부전이나 심방세동 치료에 투여하는 디곡신은 200년 넘게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지금도 각 나라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좌실구출률(LVEF)이 낮은 심부전환자의 치료와 심방세동 조절에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심방세동에 대한 디곡신의 효과를 검토한 대규모 무작위 시험은 없었다. 하지만 심부전 입원 위험을  낮춘다는 DIG 시험 결과는 나와있다. 이에 근거해 각 나라의 가이드라인은 디곡신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DIG시험 이후 심방세동이나심부전 치료시 디곡신의 안전성을 의문시하는 관찰연구 결과가 잇달아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 중 비판막성 심방세동의 신규 진단례 12만 2,465명을 후향적으로 검토한 최대규모의 TREAT-AF 연구에서는 디곡신이 사망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모스 교수는 이번에 디곡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TREAT-AF연구를 비롯해 1993년부터 2014년에 영어로 발표된 연구 19건, 총 32만여명(심방세동환자 23만명, 만성심부전환자 9만명)을 메타분석했다.

이들 연구 가운데 9건은 심방세동환자, 7건은 만성심부전환자, 3건은 양쪽을 모두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교란인자를 조정해도 전체 사망위험은 디곡신 비사용자에 비해 사용자에서 21% 높게 나타났다(위험비 1.21).

또 심방세동환자와 심부전환자를 나누어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위험 상승도는 심부전환자(위험비 1.14)에 비해 심방세동환자에서 29%로 더 높았다(위험비 1.29).

"디곡신 시대는 끝났다"

바모스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 디곡신이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유럽심장병학회(ESC) 등 현재 가이드라인에 대해 "현재 디곡신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디곡신의 사망위험을 높이는 메커니즘으로 좁은 치료 농도 범위,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꼽았다.

한편 이번 분석을 주도한 같은 병원의 스테판 혼로저(Stefan Hohnloser) 교수는 "지금까지 실시된 디곡신의 이중맹검시험은 약 6,800명의 심부전환자를 대상으로 한 DIG 시험 뿐이다. 때문에 향후 만성심부전과 심방세동에 대한 디곡신과 위약 또는 다른 약제와 비교검토하는 무작위 비교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디곡신은 역사가 긴데다 현재도 심방세동환자 약 3명 중 1명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디곡신의 시대, 특히 심방세동 치료제로서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ESC는 "이번 메타분석에서 새 지견 없었다" 성명 발표

반면 이번 메타분석 결과가 게재된 Europe Heart Journal을 발행하는 유럽심장학회는 발표 3일 후인 이달 7일 "이번 메타분석에서 얻어진 새로운 연구 결과는 없다"는 견해 발표했다.

아울러 바모스 교수의 메타분석 역시 통상적인 단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결론의 타당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럽심장학회의 심방세동 및 심부전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서는 이번 메타분석을 비롯한 최근 디기탈리스제제와 심혈관 예후에 관한 연구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현재 가이드라인을 즉각 바꿔야할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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