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빨리 먹으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지방간은 수십배나 증가한다. 무엇을 먹느냐 만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짧은 편이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인 경우는 7%, 5~10분 미만은 44.4%, 10~15분 미만은 36.2%였다. 절반 이상이 10분 미만에 식사를 마치는 셈이다. 10명 중 9명은 식사시간이 15분을 넘지 않는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식욕억제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늦게 작용하면서 포만감을 덜 느끼게 돼 과식으로 이어진다.

즉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은 음식물 섭취 후 15분이 지나야 분비되고 천천히 잘게 씹어 먹을 수록 잘 분비되는데 그 전에 식사를 마치기 때문에 렙틴이 작동하기 까지 시간 차가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 뇌는 위의 포만감 신호를 받지 못해 음식을 더 먹게 되는 것이다. 빨리 먹는 사람들에서 식사 후 배가 너무 불러 괜히 더 먹었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최 교수에 따르면 식사시간이 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비만 위험은 3배, 당뇨병은 2배, 고지혈증 위험은 1.8배 높다. 지방간 위험은 무려 23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급성심근경색은 물론 뇌혈관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빨리 먹으면 음식물을 상대적으로 덜 씹게 돼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어 위점막이 위산에 더 많이 노출된다.

소화기능도 저하돼 소화불량, 복통, 속쓰림 등의 증상이 생기고 장기간 이어지는 불량한 식습관으로 인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뿐만아니라 음식물 역류 현상도 일어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식사시간이 5분 이내일 경우 30분 이내보다 역류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빨리 먹다보니 음식물과 공기를 함께 삼켜 위가 팽창돼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면서 위산도 함께 역류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음식물을 씹는 저작활동은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저작활동시 대뇌피질을 자극해 뇌로 가는 혈류를 늘려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해 치매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않은 사람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치매환자의 치료운동으로 저작운동을 권장하는 이유다.

최 교수는 "음식은 최소 30번 이상 충분히 씹고 가능한 20분 이상 천천히 즐겁게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