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조영술이나 MRI 등 고가의 영상 검사가 필요한 소아 뇌혈관질환 모야모야병을 혈액검사만으로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 ㈜제이엘케이 고은정 박사,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최승아 연구교수 연구팀은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장에서 miR-512-3p라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그 기능과 작용 기전을 규명해 국제과학학술지(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모야모야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향후 소아 환자들이 비침습적 방법으로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로 가는 주요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류가 부족해지고, 부족한 혈류를 보충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혈관들이 자라난다. 하지만 이들 혈관들은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고 터지기 쉬워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소아 뇌졸중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자 23명과 건강 대조군 13명의 혈액 속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s)를 분석한 결과, miR-512-3p라는 특정 마이크로RNA(miRNA) 수치가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iR-512-3p는 혈관 형성 조절 경로인 RHOA 신호 전달계에 작용해 혈관 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miR-512-3p가 RHOA 경로를 통해 비정상적인 혈관망을 유발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miR-512-3p 기능을 억제하면 세포의 이동과 혈관 형성을 촉진하는 GTPase 활성이 2.3배 증가하고, 혈관내피전구세포(ECFCs)에서 혈관 형성 능력이 1.7배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miR-512-3p를 이용한 진단 정확도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AUC 0.82).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야모야병을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서울대병원,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