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치료제 토피라메이트 최적 투여량이 국제권고치의 최대 5분의 1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이상건 교수(1저자 이설아 전공의, 김현철 박사과정, 장윤혁 임상강사) 및 임상약리학과 장인진·유경상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전증환자를 대상으로 토피라메이트의 혈중농도 별 효과를 분석해 미국신경과학회의 임상 및 중개신경학회지(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에 발표했다.

뇌전증은 원인없는 발작(경련)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환자수는 전세계 약 5천만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된다.

보편적인 치료법은 토피라메이트 등 항경련제 복용이다. 하지만 고용량 복용시 인지기능저하, 어지럼증, 체중감소 등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뒤따른다.

현재 세계뇌전증연맹이 권고하는 토피라메이트 투여량은 혈중농도 5~20㎎/L다. 하지만 권고치를 투여해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적정 수치에 대한 연구가 요구돼 왔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뇌전증환자 389명.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 별 항경련 효과를 비교한 결과, 약 94%(371명)에서 증상이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이들의 약물 혈중농도는 평균 4mg/L였다.

연구팀은 "권고농도(5~20mg/L)의 최대 5분의 1 수준만으로도 충분한 경련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무리한 증량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혈중농도가 6.5mg/L 이상이면 운동조절능력을 잃어버리는 실조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어 연구팀은 토피라메이트 투여환자를 약효과 충분한 무경련군(39명)과 견딜만한 수준의 증상을 보이는 내약성 경련군(13명)으로 나누어 추가 경련제 처방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7.5년 이내 3개 이상의 항경련제 처방률은 내약성 경련군에서 크게 높았다(7.7% 대 54.8%). 연구팀에 따르면 내약성 경련군은 약물저항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혈중농도 4mg/L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의 경우, 토피라메이트를 증량시키기보다 새로운 뇌전증 약제를 추가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근거해 "토피라메이트의 무리한 증량은 불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혈중농도 6.5mg/L 미만으로 사용 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향후 새로운 뇌전증 진료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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