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질환인 뇌전증의 80%를 유전자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제1저자 서울아산병원 김자혜 박사)은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하는 방법으로 뇌전증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발표했다.
뇌전증은 발작을 반복하는 신경질환이다. 유병률은 약 0.5~1%이며 전세계 환자는 5천만명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약 30~40만명으로 치매, 뇌졸중 다음으로 많은 신경질환이다.
현재 미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항경련제가 20개 이상이지만 발작을 조절하지 못하는 환자는 전체의 30%에 이른다.
뇌의 과다 흥분을 억제해 발작 증상을 예방하고 조절할 뿐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전증 발생 원인은 유전, 뇌염, 뇌종양 등 다양하지만 환자의 과반수는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소피질이형성증은 태아의 뇌 발달과정 중에 생긴 이상으로 대뇌 피질이 국소적으로 비정상적인 구조를 보이는 대표적인 소아 난치성 뇌전증이다.
현재 치료제는 없고 뇌절제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수술 후 재발률이 30~40%로 높고,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기존에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단백질 mTOR(엠토르) 경로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진단율은 50%였다.
이 교수팀은 기존 유전자 진단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환자의 mTOR 경로의 발현에 이상을 보이는 뇌 신경세포만 수집해 뇌전증을 진단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대상자는 기존방법으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국소피질이형성증환자 19명. 이들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30%에서는 국미량 돌연변이를, 20%는 mTOR의 억제 유전자인 GATOR1 복합체의 생식세포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으로 기존 진단방식에 비해 진단 민감도를 약 24배, 유전 진단율은 80%까지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국소피질이형성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에 주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돕고 해당 환자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밀 타겟하는 혁신 RNA 치료제 개발에 이용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