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사를 모두 담당하는 직장여성은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교신저자)와 고대의대를 졸업한 이지승, 임지은, 조송희 학생(공동1저자)은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직장과 가정 일을 동시에 맡아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인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과 우울증 위험은 비례한다고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패널조사(KLoWF) 2018년 데이터에서 선별한 직장여성 4,717명.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 수준을 7개 항목 설문지로 평가해 상위 25%에 해당할 경우 일-가정 갈등으로 정의했다. 우울증 평가는 한국판 PHQ-9 설문지를 이용했다.

그 결과, 일-가정 갈등 정도를 상, 중, 하로 나누었을 때 상위군은 하위군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약 2.29배 높았다. 50대와 60대에서는 각각 2.32배와 1.87배인데 비해 20~30대에서 3.78배로 크게 높았다. 이밖에도 고학력 및 고소득 여성, 자녀가 1명, 비정규직, 서비스 종사자에서 뚜렷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20~30대 젊은 직장여성은 입사한지 얼마 안돼 가정과 직장의 역할 갈등을 처리하는 노하우와 스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직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배우고 하급자 입장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겪을 뿐만 아니라 육아 스트레스가 매우 큰 이른바 이중의 스트레스를 겪기 때문이다.

또한 고학력, 고소득 직장여성은 관리직이나 전문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책임감이 뒤따르고, 서비스와 비정규직은 감정노동과 고용불안정이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 교수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공존을 도울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 하며, 이러한 제도들을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가정 친화적 직장 문화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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