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병원 김하정 원장 제공

여성의 생리는 ‘매달 한 번씩 겪는 짜증나는 일’ 정도로 여겨지지만 자궁의 건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생리는 임신을 준비하면서 두꺼워진 자궁점막이 내막층에서 탈락하면서 혈액과 뒤섞여 배출되는 현상이다. 

만약 생리 기간이 아닌데 갑자기 출혈이 있거나 생리량이 급격히 늘고, 덩어리 형태의 생리혈이 관찰된다면 자궁근종 등의 자궁질환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자궁근종은 자궁 내 근육세포가 이상 증식하는 양성종양으로 35세 이상 여성의 약 6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생리통, 생리과다, 부정출혈, 복부압박감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난임과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근종이 자라는 다발성의 형태인 경우도 적잖다.

자궁근종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가족력, 여성호르몬, 비만, 40세 이상, 임신 무경험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요즘처럼 첫 임신·출산이 늦고 출산 횟수가 줄면 여성호르몬에 더 일찍, 더 오래 노출돼 자궁근종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생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자궁근종 환자가 가장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민트병원자궁근종통합센터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정상적인 생리는 3시간에 한 번씩 패드를 갈고, 밤에는 생리대를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형패드를 1~2시간마다 갈거나, 평소와 비교해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궁근종이나자궁선근증일 가능성이 높다.단순히 생리량 증가 뿐만 아니라 생리혈에 크고 작은 덩어리가 많이 섞이는 게 자궁근종 증상의 특징이다. 

생리혈의 응고 덩어리는 보통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인 2.5㎝ 이하로 생리 중 약간씩 나오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생리기간 내내 덩어리혈이 지속적으로 많이 나오고, 크기도 점점 커진다면 자궁 건강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 이밖에 심한 생리통과 함께 숨이 차고 어지러운 빈혈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월경과다가 지속되면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성의 빈혈 문제는 내과적 문제보다 자궁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상당수다. 

빈혈 수치는 한 번에 떨어지지 않는 만큼 스스로 눈치채기 어렵다. 자궁질환을 치료하고 월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빈혈도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불규칙한 생리와 생리과다 같은 증상은 꼭 자궁근종이 아니더라도 냉증, 자궁내막증, 자궁암, 골반염, 용종 등 기타 자궁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어 정밀검진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다.  다만 사춘기, 출산 직후, 폐경기엔 호르몬 불균형으로 생리양과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거엔 자궁근종 치료 시 자궁을 적출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 자궁은 ‘기능을 다하면 쓸모없는 장기’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환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궁을 보존하는 방법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복강경·자궁경 등 자궁보존 수술치료와 함께 미세한 카테터를 이용해 자궁근종이 연결된 혈류를 막는 자궁근종 색전술,고강도집속초음파로 자궁근종을 익혀 괴사시키는 MR하이푸 등의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침습 범위가 적을수록 환자의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모든 치료가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 않으므로 어떤 치료가 적절한지에 대해 전문 의료진과 함께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자궁근종은 위치,크기,성분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는 질환이기 때문에 한쪽 방향의 치료보다는 다양한 치료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명확히 제시하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자궁근종은 보통 다발성으로 두 개 이상 생겨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한번 시술로 모든 근종을 제거했더라도 이후 다른 부위에 또 생기진 않는지 정기적으로 자궁검진을 받고,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지속적인 관찰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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