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50년간 경구피임제로 막을 수 있었던 자궁내막암은 고소득국가 21개국에서만 40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공동연구팀인 Collaborative Group on Epidemiological Studies on Endometrial Cancer가 역학 연구 36건의 메타분석 결과를 Lancet Oncology에 발표했다.

경구피임제의 자궁내막암 예방효과는 사용기간과 비례하며, 중단한지 30년이 넘어도 지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4억명의 여성이 사용

경구피임제는 195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됐다. 당초 월경불순 등의 치료에 사용되다가 나중에 피임제로 승인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사용이 확대됐다.

1960년대 이후 경구피임제를 사용한 여성은 고소득국가에서만 4억명에 달했다.

경구피임제 사용은 장기적으로는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돼 있다.

연구팀은 경구피임제와 자궁내막암의 관련성을 검토한 역학연구 36건을 메타분석했다.

이들 역학연구는 아시아, 북미, 유럽, 호주, 남아프리카에서 실시된 것이다. 분석 대상은 자궁내막암 여성 2만 7,276명과 자궁내막암이 없는 대조여성 11만 5,743명.

로지스틱회귀분석으로 경구피임제 사용과 관련한 자궁내막암의 상대위험을 추정했다.

분석에는 나이, 비만도(BMI), 흡연, 호르몬보충요법 등의 영향도 고려했다.

10~15년 사용시 약 50% 위험감소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된 연령(중앙치)은 63세였다. 자궁내막암 발병례의 35%, 대조여성의 39%에서 경구피임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경구피임제 사용기간(중앙치)은 각각 3.0년, 4.4년. 경구피임제 사용률은 북미와 유럽이 45%인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8%로 매우 낮았다.

자궁내막암 위험은 경구피임제 사용하지 않은 여성 보다 사용한 여성에서 31% 낮았다(상대위험 0.69).

또한 사용기간이 길수록 자궁내막암 위험이 더 낮았다. 무사용여성 대비 자궁내막암 발병 상대위험은 사용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0.97, 1년~5년 미만에서 0.81, 5년~10년 미만에서 0.64, 10년~15년 미만에서 0.52, 15년 이상인 경우 0.32였다.

경구피임제 사용을 중단 기간이 짧을수록 저하도가 컸지만 중단한지 30년이 넘어도 유의한 예방효과는 지속됐다.

또한 일반인 이환율 데이터로 추산한 결과, 고소득국가 21개국에서 과거 50년간(1965~2014년) 경구피임제로 예방할 수 있었던 자궁내막암은 약 40만건에 달했다. 

범위를 좁혀 10년간(2005~2014년), 그리고 30~74세 여성에 한정할 경우에는 경구피임제로 막을 수 있는 자궁내막암은 약 20만건으로 추산됐다.

이번 결과에 대해 영국 옥스포드대학 발레리 베랄(Valerie Beral) 교수는 "경구피임제의 자궁내막암 예방효과는 사용중단 후 수십년간 지속된다. 즉 20대에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50대까지 자궁내막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경구피임제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경구피임제 사용이 난소암 위험을 낮춘다는 이전의 보고에 근거할 경우 오히려 경구피임제는 장기적으로 암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자궁내막암 위험의 저하가 경구피임제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 용량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에스트로겐 함량은 60년대에 비해 80년대에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저용량으로도 자궁내막암 위험을 낮추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국립암연구소(NCI) 니콜라스 웬트젠센(Nicolas Wentzensen) 박사는 관련논평에서 "경구피임제는 정맥혈전증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나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 위험도 낮춘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경구피임제 사용 여성은 이제부터 득실 관계를 잘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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