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나 수술 후 통증완화에 이용되는 몰핀 등의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는 중추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향정신작용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내재성 오피오이드인 아난다미드의 가수분해효소(FAAH)를 말초에서만 억제하면 말초조직내 아난다미드 농도를 높여 효과적으로 진통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 제이슨 클래퍼(Jason R. Clapper) 교수가 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말초조직에서만 내재성 오피오이드 높여

FAAH의 억제제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합성된 URB937은 기존 FAAH억제제인 URB597의 일부 수소를 수소기(基)로 치환해 수소성을 낮춰 뇌혈류관문 투과성을 떨어트린 화합물이다.

클래퍼 교수가 URB937 1mg/kg를 마우스의 복강 속에 투여하자 5분 후에 간에서는 최대 농도에 도달했지만 뇌에서는 2시간이 지나도 검출되지 않았다.

투여 1시간 후 조직 속 FAAH억제 활성은 간에서는 억제율이 90% 이상이지만 뇌에서는 활성이 검출되지 않고 50% 유효량(ED50)은 실제로 200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URB937의 FAAH 억제효과는 실질적으로 중추신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메커니즘은 뇌혈류 관문의 투과성과 함께 BCRP 트랜스포터에 의해 중추신경에서 능동적으로 배출되는 것이었다.

URB937이 가진 이 말초특이적 FAAH 억제작용은 1mg/kg 복강내 투여시 간의 아난다미드 농도를 2배 높였지만 뇌속 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난다미드 농도의 변화가 FAAH가 없는 마우스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FAAH 의존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URB937은 아난다미드와 수용체를 공유하는 별도의 내재성 오피오이드인 2-아라키도노일글리세롤의 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내장통, 신경통, 염증통 마다 작용기전 달라

말초에서의 아난다미드 농도 상승에 의한 진통작용에 대해 클래퍼 교수는 3가지 방법으로 시험을 실시했다.

초산을 복강속에 주사하여 일어난 내장통에 대해서는 ED 50:0.1mg/kg 의 피하주사로 진통효과를 확인.

이 진통효과는 말초에서 FAAH억제활성과 관련하고 있어 FAAH결손 마우스에서는 사라졌다는 점에서 FAAH 의존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진통효과는 아난다미드의 2개 수용체(CB1,CB2) 가운데 CB1을 거친 것이라는 사실이 선택적 수용체 차단제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

또 URB937에 의해 높아진 아난다미드의 농도는 3번째 수용체인 바니로이드통각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데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URB937은 PPAR-알파의 아고니스트인 팔미토일에탄올아미드(PEA)의 체내농도를 높이고 이것이 PPAR-알파를 거쳐 진통효과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내장통에 대한 URB937의 진통효과는 CB1과 PPAR-알파의 양쪽에서 조절되는 것이다.

편측좌골신경이 눌려 일어나는 신경통에 대해서는 1mg/kg의 URB937를 복강속에 한번 투여하면 온도과민, 자극과민, 이통증 모두가 개선되고 이 효과는 CB1에만 의존적이었다.

즉 내장통의 진통작용과는 달리 신경통의 진통작용에는 PPAR-알파 경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나타난 것이다.

흥미롭게도 URB937의 신경통 진통효과는 결찰한 부위에서만 효과적이라서 일반적인 진통효과라기 보다는 결착 처리로 민감해진 신경의 감도를 억제시킨 효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통증신호를 척추에서 차단

클래퍼 교수는 척추의 신경활동 지표인 FOS염색 결과에서 URB937의 말초내 진통효과는 말초조직에서 발생한 통증의 신호가 척수에서 차단돼 나타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중추신경 투과성인 FAAH억제제(URB597)와는 달리 URB937에는 식욕과 자발행동량에 미치는 영향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의 결과에서 FAAH의 말초조직 특이적 억제제 URB937에 의해 초래된 말초조직에서의 내재성 오피오이드, 아난다미드의 상승은 중추신경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말초조직에서만 그 진통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향정신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오피오이드 진통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아울러 자세한 작용기전의 해명과 장기 투여의 영향 조사 등을 포함한 향후 전개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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