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조기박리로 대량출혈이 발생한 35세 산모가 응급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한 직후, 급성 간부전 악화로 '응급도 1' 상태에서 간이식까지 성공해 생명을 되찾았다.
이화여대의료원은 18일 초응급 산모의 출산과 간이식 성공 '세 번의 기적 경험' 사례를 전했다.
산모 신 씨는 임신 39주차이던 7월 중순 갑작스러운 출혈로 평소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임신성 고혈압을 앓고 있던 그는 태아가 분만 전 태반이 먼저 분리되는 태반조기박리 증세를 보여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에 응급 전원됐다.
병원 도착 직후 신 씨는 대량출혈로 위독한 상태였으며, 의료진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건강한 남아를 출산시켰다.
하지만 수술 후 일반병동에서 재출혈로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 후 가까스로 회복됐지만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중환자실 치료 도중 간부전·간성혼수·신부전까지 겹치며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의학과 심홍진 교수는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간이식을 즉시 의뢰했고, 신 씨는 곧바로 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소화기내과 전호수 교수의 집중 치료를 받았다.
급성 간부전 환자는 7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신 씨는 '응급도 1'로 등록됐고, 5일 후 마침 타병원에서 뇌사기증자가 나와 이식이 결정됐다. 이대서울병원 외과 홍근·이정무 교수팀은 공여 간을 확보한 뒤 밤샘 수술을 진행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직후에도 계속된 출혈로 재수술이 필요했지만, 의료진의 지혈과 집중 치료로 상태는 점차 안정됐다. 이후 회복이 빨라져 이식 2주 후 일반병동으로 이동했으며, 수술 24일 만에 아이와 첫 만남을 갖는 감동의 순간을 맞았다.
홍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산모가 출산 직후 급성 간부전까지 겪는 초위급 상황이었지만 두 병원의 빠른 연계와 전문진료 덕분에 모자 모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아이와 엄마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며 의료진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출산과 간이식이라는 두 개의 고난도 초응급 수술이 연속적으로 성공한 드문 사례로, 이화의료원의 협진 시스템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