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의 전국 발생 규모와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이로써 향후 국가 차원의 심뇌혈관질환 감시시스템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과 김태정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급성 뇌졸중 및 심근경색 환자의 발생 규모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질병관리청의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오송 PHRP'(Osong Public Health and Research Perspectives)에 발표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적절한 예방과 관리, 그리고 적시에 치료받으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진단-이송-치료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세워야 하는데 근거 마련에 한계가 있었다.

국제질병분류(ICD) 코드에 기반한 기존 질병 식별 체계는 급성기와 만성기 구분이 모호하고, 특히 뇌졸중은 코드만으로는 급·만성기를 구분할 수 없어 정확한 환자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알고리즘 개발에 질병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임상과정에서 발생한 보험청구 자료를 활용했다.

알고리즘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ICD 코드를 받았던 의료기록을 초급성기 치료와CT·MRI·TFCA·CAG 검사 실시 여부, 입원 일수, 병원 내 사망 여부 등으로 분석해 후향적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뇌졸중 관련 ICD 코드(I160-I164)가 있으나 초급성기 치료와 입원 중 급성기 치료를 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알고리즘은 급성 뇌졸중을 '음성'으로 분류해 발생 건수 집계에서 제외한다.

알고리즘 정확도는 우수했다. 전국 6개 지역 18개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의료기록 2,200건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 결과와 비교한 결과,  급성 뇌졸중 알고리즘의 민감도는 94%, 특이도는 88%였고,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각각 98%와 90%였다.

이 알고리즘으로 추정한 2018년 연간 발생한 급성뇌졸중과 급성 심근경색은 각각 15만 837건, 급성심근경색은 4만 519건으로 급성뇌졸중이 4배 많았다.

또한 2019년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발생 건수보다 많은 수치였다(급성 뇌졸중 최대 13만 25건, 급성심근경색 최대 2만 5,531건).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고령화와 생활습관 서구화로 위험요인을 가진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정밀도를 보였지만 보완 점도 있다. 김태정 교수는 "알고리즘 분석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더욱 높이려면 자료 수집을 간소화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더 많은 병원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희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전국적인 뇌졸중 및 심근경색 발생 통계를 추정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심뇌혈관질환 관리의 중요한 일 보 전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의대 의학통계학교실,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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