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의료 연구 및 산업계 활용을 위해 민간 보험사에 건강보험자료를 제공하려는 가운데 소비자단체 및 의사(공급자)와 보험업계 및 보험연구원의 입장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7일 의견 공유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건강보험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여의도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세미나실)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영업자‧소비자 단체와 공급자 단체, 전문 학회, 보험협회 및 소속 보험사,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건보공단은 △민간보험 가입자 중 특정 집단의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상품 가입 거절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데이터 왜곡이나 오용 방지 공동연구 △연구 목적 외 활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민간보험사 데이터 개발 가이드라인(중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소비자단체와 공급자는 건보자료의 민간 단체 공급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데이터 개방과 공유에 대한 사회적분위기와 공감대가 있고 민간보험회사가 건강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민간보험사의 현재 데이터개방에 대한 요구가 불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민감한 건강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가 있고 보험회사 또한 뚜렷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조금 늦더라도 충분한 대응방안과 준비를 갖고 제도가 시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급자 단체 역시 우려하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연구한다는데 건강정보 좀 주면 어때라는 생각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보건의료데이터 실제 악용사례처럼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바 있으며, 의료정보를 가명처리하여 민간보험사의 연구 목적 등으로 제공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부터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보공단에서 민간보험사 정보 제공 관련 가이드마련시 4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즉 정보 주체의 동의, 정보주체 및 의료기관의 차별이나 손해, 이익침해 위험 여부 확인, 과학적 목적 외 활용 가능성 추적, 연구목적 달성시 데이터 파기 등 데이터 보유기간 등이다.

반면 전문학회는 긍정적이다. 한국데이터법정정책학회 윤아리 총무이사는 전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으로 매우 상세한 건강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공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있는 반면 활용 가치가 높아 산업적 활용을 통한 긍정적인 유익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익성을 강조하다가 자칫 산업적 연구를 허용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와 공공데이터 민간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공공데이터법의 입법 목적이 훼손될 수 있어 데이터 제공 여부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COE부문 DataLAB 문병준 과장은 "공공의료 데이터는 가명정보 데이터로서 데이터 공급자가 지정하는 위치에서 엄격한 비식별처리를 거친 가명정보를 분석하며 산출된 통계결과는 공급자의 검토 및 승인 하에 반출이 허용된다"면서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통해 개인을 특정하고 보험가입을 막는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보험업법은 이미 보험사의 임의적·자의적인 보험료 산정을 막기 위한 안정장치를 두고 있다. 신규 보험상품도 금감원에 신고를 거치기 때문에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분석해 국민에게 불리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불합리하게 보험료를 산정하는 등에 활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반으로 나뉘었다. 국립중앙의료원 김명희 정책통계지원센터장도 반대 입장이다. 그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건보공단은 건강보험과 관련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정보공개법의 취지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 상업적 이해보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조정실장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식별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보험회사가 공단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가명정보)를 직접 제공받는 것이 아니며, 사전에 허가 받은 연구자가 별도의 폐쇄망을 통해 분석 후 공단의 감독 하에 연구 산출물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통계값만(익명정보) 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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