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는 영상을 시청한 청소년에서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이태엽,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자해를 다룬 방송콘텐츠와 청소년의 응급실 방문의 관련성을 분석해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는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2015년 1월~2018년 12월)에서 선별한 응급실 방문 자해환자 11만 5천여명.

월 평균 응급실 방문자수 분석 결과, 자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청소년 대상 방송 프로그램이 방영된 2018년 3월 말 전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연령 별 10만명 당 월별 응급자 방문자 수는 10~14세의 경우 0.9명에서 3.1명, 15~19세는 5.7명에서 10.8명, 20~24세는 7.3명에서 11.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15~19세 여성과 20~24세 남성에서 뚜렷했다.

연도 별로는 10~14세의 경우 2015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에서 2018년 31.1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는 63.5명에서 119.0명으로, 20~24세는 75.7명에서 127.1명으로 늘었다.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2018년에 자해 시도가 크게 증가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의 자해가 뚜렷했다. 10~14세 중 여성은 2015년 46.6%에서 2018년에는 76.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에서는 여성 비율이 55.8%에서 67.8%로, 20~24세는 55.7%에서 61.9%로 늘어났다.

자해 방법은 신체 긋기가 크게 늘었으며, 약물도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미디어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에서 전국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돌발성 자극의 영향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원 교수는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해는 해도 되는 것’ 혹은 ‘자해는 멋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자해를 다수의 청소년에게 알린 효과가 있다"면서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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