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학대는 우울증 발생 위험인자로 알려진 가운데 뇌구조도 변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와 고대의대 본과 4학년 학생(김수영, 안성준, 한종희) 공동 연구팀은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뇌MRI(자기 공명 영상) 데이터와 심리설문 데이터로 뇌구조 변화를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발표했다.

우울증 환자 상당수는 아동기 학대를 경험하며, 약물 및 심리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자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아동기 학대 경험이 뇌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밝히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9~64세 성인 172명. 이들을 주요우울장애환자(75명)와 정상 대조군(97명)으로 나누고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로 나누고 주요우울장애 진단 및 아동기 학대 경험에 따라 대뇌피질의 부피 변화를 비교했다. 

2년간 수집한 뇌 MRI 영상, 임상 관련 정보, 아동기 외상 질문지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체적, 정서적 학대 경험자는 대뇌피질 부피에 유의차는 없었다. 

하지만 아동기 성적 학대 경험자는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시각 정보처리 담당 대뇌 영역)이 약 10% 위축됐으며 학대가 심할 수록 더 작았다.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우측 전대상피질(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대뇌 영역) 크기도 약 3.3% 위축됐다. 이들 가운데 아동기 성적학대 경험까지 있으면 우측 중간후두피질이 약 10% 작았다.

한 교수는 아동기 학대 경험 우울증환자에서 증상이 더 심하고 만성 경과를 보이는 이유는 뇌 신경회로 손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아동기 학대 여부로 뇌의 구조가 변화된 우울증 환자를 구분하고 이들의 우울증 경과와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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