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한 번쯤은 혈변을 보게 된다. 그리고 휴지에 묻어 나온 선홍빛 피를 마주하는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는데 아마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대장암은 아니겠지?’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암은 항상 자주 발병하는 암 5위권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혈변 때문에 항문외과를 찾는 환자 중에 대장암을 진단받는 경우는 약 5%로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럼 나머지 혈변 환자들은 어떤 진단을 받게 될까? 수지항외과(용인) 김정구 원장[사진]에 따르면 치질로 분류된다. 치질이란 항문 내외부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질환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서 크게 치루, 치열, 치핵으로 나뉜다. 치루나 치열, 치핵 모두 치질 환자에서 혈변 증상은 매우 많다고 알려져 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치질을 청결하지 못한 질환이라는 오명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 이는 명백히 잘못이다. 김 원장은 "치질과 청결의 연관성은 사실 많지 않으며 애초에 세균 덩어리인 변을 배출하는 항문은 감염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치핵수술은 백내장에 이어 우리나라 다빈도 수술 질환 두번째로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없는 흔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치질 치료법도 질환 형태에 따라 다르다. 김정구 원장에 따르면 치핵은 대부분 좌욕이나 좌약, 먹는 약으로도 증상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치루나 치열은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크고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은 아니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변이라고 해서 대장암 등 위중한 병에 걸릴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다만 항상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만큼 항문외과에서 직장수지검사나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혈변을 봤다고 지레 겁먹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해 대장, 항문 질환을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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