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는 체내 수분과 염분이 급속도로 빠져나가 현기증이나 어지럼증을 쉽게 느끼기도 한다. 차가운 실내에 있다가 후덥지근한 실외로 이동할 때 순간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에서 겪는 어지럼증은 단발적이지만 체내에 문제가 있으면 오랜기간 고통을 호소할 수도 있다. 박용식신경과의원(남양주 다산신도시) 박용식 원장[사진]에 따르면 신체는 분명히 한 곳에 머물고 있지만 주변이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증상을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일부는 빈혈 때문이라며 철분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지럼증과 빈혈 그리고 체한 것과는 무관하다. 어지럼증은 전정계의 기능장애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정계란 내이에 위치한 세반고리관과 전정신경, 이를 조절하는 중추(뇌간, 소뇌, 대뇌)인 전정신경핵을 의미한다.

보통 내이와 세반고리관까지의 전정신경을 말초전정계, 전정신경핵에 해당하는 영역을 중추전정계라고 한다. 즉 말초전정계의 이상이라면 말초성 어지럼증, 중추정전계의 이상이라면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구분된다. 

비록 강도나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느껴지는 어지러움을 환자의 입장에서 분별하기가 어려운데다 중추성으로 발생시 응급처치가 요구되는 상황이 흔한 만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박 원장은 중추성 어지럼증의 원인으로는 뇌간 허혈, 경색, 소뇌병변, 편두통, 뇌종양을 들고 있다. 뇌간 허혈 및 경색은 주로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발생한다.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서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말초성과 양상은 비슷하지만 어지러운 느낌이 수분간 지속되거나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뇌간 허혈 및 경색을 의심해 볼만하다.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우려가 높은 만큼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뇌는 전정신경계와 가장 긴밀한 중추성 기관이다. 소뇌에 발생한 뇌졸중, 출혈, 종양 등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편두통은 흔한 원인은 아니지만 심한 편두통에서는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두통은 없고 어지러움만 느끼기도 한다. 역시 신경과 전문의 진찰이 필요하다.

말초성 어지럼증 원인에는 양성돌발체위성 어지럼증(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이석증은 아침 기상 때 처럼 주로 머리 변위가 갑자기 바뀔 때 급발성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인체는 세반고리관 속에 고정된 이석을 통해 균형감각을 느끼는데 이석이 원위치를 벗어나 세반고리관 내부를 자극해 구역질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할 수 있다.

전정신경염/미로염은 몸살이나 심한 감기를 앓을 때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수 일에 걸쳐 증상이 이어지며 증상만 관찰되면 전정신경염으로, 청각손실이 동반되면 미로염으로 진단한다. 전정신경이 외부요인에 의해 감염돼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메니에르병은 이명과 귓속의 답답함, 청각손실이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잦은 재발, 청각의 무뎌짐을 경험한다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박용식 원장은 어지럼증을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자세는 다양한 검진을 통해 말초성과 중추성을 구분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지럼증은 환자의 입장에서 구별하기 쉽지 않다. 또한 발생 요인에 개인차가 있는 만큼 근전도검사, 뇌 혈류 검사, 동맥경화도 및 자율신경검사, 비디오 안진 검사, 기립경사도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뇌질환으로 변질될만한 가능성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다행히 어지럼증이 가진 원인의 다양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진행 초기단계에선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박 원장은 "어지럼증을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 제대로 감별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치료해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면서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면 반드시 신경과가 아니라도 인근 병원에서 신속히 검사를 진행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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