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에서 영업직에 종사하는 40대 중년 남성이 손 떨림이 심하다며 한의원을 찾았다.

“학교 다니고 어릴 때는 비교적 나서는 것을 불편해하고 친한 사람들 몇몇과만 어울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직업적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자연스럽게 술 자리가 잦습니다. 사람 상대하는 것이 많이 익숙해졌다 싶지만, 몇 년 전부터 제가 손을 떨고 있더군요. 특히 남 앞에서 글씨를 쓰거나 물컵 같은 가벼운 물건을 들 때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약간 취기가 오르면 손 떨림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이 환자와 같이 특별한 이유가 없이 어느 순간부터 손이나 머리, 목소리가 떨리는 증상이 나타날 때 ‘본태성 진전증(essential tremor)’를 의심하게 된다.

신경학적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지만, 선천적으로 수의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기저핵이란 곳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 기저핵은 다양한 정서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이상운동질환인 본태성 진전증은 특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회불안장애’와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위 환자와 같이 한창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할 때 피치 못한 술자리를 많이 가져야 하는 경우이다.

위 환자의 말처럼 본태성 진전증은 다른 진전증들에 비해서 술이 들어가면 증상이 안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술이 정말 손 떨림을 좋아지게 하는 것일까?

술, 즉 알코올은 위장에서 20%, 십이지장과 소장에서 80%가 혈액으로 흡수된다. 혈액 속의 알코올은 뇌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쉽게 통과하면서, 중추신경계의 다양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선 알코올은 대뇌의 혈관을 수축시켜 전반적인 뇌 활동을 감소시키는데, 만성적인 알코올 의존증일 경우 뇌 영상을 촬영해보면 대뇌가 쪼그라드는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뇌로 흡수된 알코올은 억제작용을 담당하는 GABA-A 수용체의 작용을 강하게 향상시키고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일부를 방해하여 이성의 뇌라 할 수 있는 대뇌피질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알코올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축)’을 자극하는데, 만성적인 다량의 알코올 섭취는 이 HPA가 점차 스트레스 자극에 무뎌지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뇌로 만들어 버린다.

운동조절능력과 직접 관련하여 술은 기저핵이나 소뇌에도 악영향을 끼치는데, 어려울 것 없이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이나, 알콜리즘 환자가 금단현상으로 손 떨림을 흔히 보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아무튼 술로 인한 손떨림 감소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술 마시고 다음 날에는 반드시 증상이 반등 악화되며, 실제 알콜리즘이 동반된 본태성 진전증은 예후가 좋지 않다.

분명한 것은 손 떨림을 꼭 낫고 싶다면, 금주가 필수라는 사실이다.

도움말: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