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온은 보통 36.5도이다. 열이 나는 상황인지 체온이 떨어져있는지 이를 기준으로 측정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의 하루 체온은 시간에 따라 1도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 수면과 관련된 멜라토닌과 관련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 온도는 오후 5시 전후에 가장 높아지고 이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밤 11시쯤 잠에 들면 새벽 5시경에 최저 상태가 된다. 따라서 우리 몸의 체온 조절은 수면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한다.

휴한의원(마포) 강민구 원장은 체온과 수면의 상관성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수록 평균 체온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인들은 신체 대사가 떨어지고 코티졸의 분비량도 줄어들면서 체온 유지가 어려워진다. 체온이 가장 낮아지는 5시 이전에 저체온에 들어가는 등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찍 깨는 증상이 나타는 현상도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불면증은 잠들기 어려운 입면장애가 많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면 유지 장애나 조기 각성 장애가 많이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원장은 이러한 노년층의 불면증에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천지기를 저장한 신장이 허해진다고 말한다. 특히 어릴 적 열이 많고 활동폭도 넓어서 양기(陽氣)가 넘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양기가 쇠해져 노인에서는 양기가 허해지는 양허(陽虛)증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과거부터 나이가 들면 체온이 저하되고 이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허증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들은 새벽녘에 잘 깨고 깨어나서 소변을 보거나 설사를 하기도 하고 젊을 때에 비해 추위를 잘 타게 된다.

허리나 다리와 같은 신체 하부의 통증과 시린 증상이 잘 생기며 따뜻하게 해주면 그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남성의 경우 소변 증상과 성기능 관련 증상들이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변이 방울방울 나오거나 전립선 비대증, 잔뇨감이 잘 생기고 소변이 보고싶은 마음이 들어서 화장실에 갔는데 막상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 배출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는 증상이 보이기도 한다.

새벽발기가 줄어들거나 발기시 강직도, 발기유지 감소, 성욕감퇴 등의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이러한 양허증이 오래되거나 심해지면 무기력감, 소화불량, 잦은 피로감, 내장 하수 등의 증상들을 동반하는 기허(氣虛)증이 동반되기 쉽다.

강원장은 양허증의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양허증 성향을 보이는 노인층 환자의 불면증은 단순히 수면제 복용 보다는 쇠약해진 양기를 보충하면서 컨디션 증진과 동반되는 신체 증상을 함께 치료해주는 한의학적 치료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신체 대사를 활성화시키면서 원활한 체온 조절을 도와주는 것이다. 양허증은 노인층에만 국한된 변증은 아니다. 장기간 몸이 안 좋았거나 큰 병을 앓는 이후,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신체 대사가 저하된 환자에도 해당될 수 있다.

실제로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로 장기간 투병하면서 신진대사의 활성도가 급격히 저하되어 체온이 낮아지거나 불면증이 발생한 환자들이 많다.

국내외 요양병원에서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약 투약과 침 치료를 통해 신체를 회복시키면서 불면증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체온 저하와는 반대로 열이 많아 체온이 높아져서 발생하는 불면증도 있다. 강 원장에 따르면 사람의 체온은 시간에 따라 거의 비슷한 일주기를 가진다. 인체의 큰 특성인 항상성을 체온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열로 인한 체온 상승 역시 항상성을 깨뜨리기 때문에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 긴장되고 두려움을 잘 느끼는 탓에 불안한 경우는 자율신경 기능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자율신경계는 체온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율신경계 기능이 상실되면 체온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는 잠자리에 누우면 각종 불안한 생각과 함께 두근거림, 상열감, 가슴이 답답한 느낌들이 들면서 잠에 들기 어려워하는데 이런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심담허겁(心膽虛怯)증이라고 한다. 이 때 불면증 치료 받으면 처방전에 신경안정제가 대부분 포함돼 있다.

열이 많은 불면증환자의 치료법에 대해 강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보통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을 일으키는 열이 간열(肝熱)증인 경우가 많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고 화가 잘 나거나 짜증을 잘 내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언급한 심담허겁증도 열 때문에 잠을 잘 못자기도 하지만 한의학적인 변증과 원인은 약간 다를 수 있다. 간열증 환자들은 입이나 목이 마르고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술자리가 잦거나 과로해서 피로감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목과 어깨의 근육이 뻣뻣하게 뭉쳐있거나 당기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침 치료, 추나 치료와 함께 항진되어 있는 정서 상태를 차분하게 누그려 다스릴 필요가 있다."

강 원장은 또 체온 조절이 안되서 나타나는 불면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기존 리듬에 다시 맞춰주는 것이다. 낮에는 신체활동을 통해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높게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햇볕을 쐬면서 가벼운 달리기 등을 통해 살짝 땀이 비칠 정도만 운동해도 수면의 양과 질이 달라질 수 있으며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하는 습관을 삼가고 밤늦은 식사나 음주도 숙면에 방해가 되는 만큼 가급적 자제하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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