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심한 졸음을 보이는 기면증의 원인을 알 수 있는 뇌활동 지도를 국내 의료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주은연 전임의) 팀은 PET를 이용하여 기면증 환자와 정상인의 뇌활동을 비교한 결과 뇌의 특정 부위에서 포도당대사가 현저히 저하된 것을 밝혀내고 Annals of Neur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홍 교수팀은 사람의 뇌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 FDG-PET를 이용하여 정상인 24명과 기면증 환자 24명의 뇌 활동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기면증 환자군은 시상하부, 시상, 전두엽 및 두정엽 부위에서 포도당대사가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이는 그 동안의 동물실험 결과에서 벗어나 인체를 대상으로 한 PET 검사를 통해 시상과 전두엽, 두정엽에도 이상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연구결과 포도당대사가 현저히 떨어진 부위로 밝혀진 시상하부는 각성과 수면, 호흡, 운동기능, 체온, 식욕조절 등의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관장하는 부위이다.

이번 연구에서 포도당 대사가 떨어진 부위로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뇌량밑 전두엽(subcallosal gyrus)’과 기억에 관여하는 ‘내측 전두엽’은 시상하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기면증 환자에게 흔히 보이는 탈력발작,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교수는 “아직까지 기면증을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잠이 많은 사람’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번 연구결과 기면증은 뇌의 기질적 문제에 의한 질병임이 명확하게 밝혀졌다”며 “기면증의 주요증상인 주간 졸림증 뿐만 아니라 탈력발작 등 렘수면 이상의 원인이 되는 뇌 부위를 증명함으로써 향후 치료제를 개발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기면증 치료제는 주로 각성제 성분이 든 약물로 중추신경계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최근 개발된 약물은 시상하부에 더 국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부작용은 줄었지만 약물작용의 기전을 정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