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평가가 10여일 남겨놓은 상태에서 책임 떠넘기기라는 논란과 함께 평가필요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객관성에 대한 결여와 규제를 위한 평가를 만들다보니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를 위해 강조되는 객관성이 학연, 지연 등의 연관관계와 로비에 대한 부분 등 평가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실제 의료기관평가단 교육을 위해 지난 16∼17일 진행된 교육용 자료에는 의료기관평가일정을 비롯해 평가반별 구성과 명단, 평가병원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일선의료기관들의 의료기관평가 문항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 창구도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개설한 의료기관평가기준 Q&A에는 수많은 질문이 올라와 있지만 보건산업진흥원의 답변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보건산업진흥원이 이번 평가에서 맡은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지난해까지 평가기준 연구를 해 왔기 때문에 업무지원을 하는 것이다”고 말해 통합된 창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리고 일부 평가항목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존방침 및 시행방법에 수정이 가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17일 열린 의료기관 평가요원 분야별 교육에서 평가단장들 중 일부에서 평가기관 대비 평가항목이 너무 많고, 구체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의 질적 평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평가항목에 대해 동일한 항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산업진흥원 홍두표 책임연구원은“평가문항이 상당히 많고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평가단장의 노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임상병리검사의 질 관리’항목의 경우 병원 자료를 검토, 평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미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에서 인증한 것을 다시 평가하는 것도 문제고, 진단검사학 전문의도 아닌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해 기존 방침을 변경했다.

이외에도 평가지침서에는‘환자의 권리와 편의(공용화장실)’평가에서 화장실 바닥의 건조여부, 세면기 온수사용 가능여부, 화장실 입구 턱 유무, 병동화장실의 변기 수 등이 조사대상에 포함되어있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화장실 바닥 건조가 의료기관의 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조사당일 화장실에 단수를 하던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할 판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강남성모병원의 한 관계자는“공공의료 체계 미흡과 수가구조체계가 등 근본적인 문제점이 선결되어야 하겠지만, 이번에 시행되는 평가가 서비스 평가로는 처음인 만큼 일단 평가 후에 문제점들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고, 평가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계기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 최희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평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원 가산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평가결과에 따라 병원 가산율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으로 의료기관평가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합전문요양기관 평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해 더욱 포괄적인 평가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인센티브제고가 국공립병원에 더욱 유리한 점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가와 관련된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정부의 정책실패를 의료기관에 떠넘기려는 전략이 숨어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의료기관이 비영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의료기관평가를 해야하는 이유가 불분명하고, 보건산업진흥원의 일감 만들기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더불어“시민단체까지 포함시켜 공정성을 내세우려고 하는 것은 결국 병원을 순위화시켜 규제를 위한 평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병원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교회나 절 등도 평가해야한다”며 평가자체를 무효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평가방법의 대안으로 고대안암병원 김형규 병원장은“의료기관 평가의 필요성이 모호하지만, 필요하다면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평가를 하거나, 경쟁이 되는 기관별로 나누어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관평가는 오는 31일 연세의료원을 시작으로 11월 5일 남광병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평가는 각 대학병원 진료과장이상의 단장을 중심으로 10명씩 1개반을 이루고, 43개반으로 구성되어 평균 2개 병원의 평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