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법학회 학술세미나가 지난 8월21·22일 양일간 관동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의료사고와 손해배상, ▷병원감염, ▷헌법과 공중보건이란 주제를 가지고 열렸다.

다음은 각 연자의 주제발표내용을 요약했다.

Symposium 1. 의료사고와 손해배상

의료과오에 있어서 책임의 주체
-책임주체의 확대와 의료계약의 일방적 해지-

김인섭(관동법대)

의료과오에 있어서 환자측은 의료기관의 부주의 내지는 태만으로 인해 의료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하고, 의료기관 또는 의사측에서는 의료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에서 의료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질병을 다루는 전문가인 의료기관 또는 의사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의료의 질에 대한 환자의 불신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음도 사실이다.

물론, 의료행위 그 자체가 불확실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직으로서 의사들이 자율적인 자기규제의 실패로 인해 저하된 의료의 질, 즉 의사의 태만과 부주의에 의한 의료사고 역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과오에 있어서는 의료과오의 책임의 주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 환자의 보호를위해서 타당할 것이며 제조물결함으로 인한 경우외에도 공작물책임의 법리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민법상의 계약에 관한 일반적 규정 및 위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의료계약에 적용함은 무리가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의료기관 또는 의사의 일방적 해지계약에 대해서는 상당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신체감정과 보험의 배상기준

이경석(순천향의대 신경외과)

신체감정이란 신체장애와 관련된 의료감정을 말하는데, 손상 또는 질병이 치유된 뒤에도 남은 장애의 내용과 종류 그리고 정도를 의학적 측면에서 의학적 방법으로 평가해서,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법관을 도와 법적 판단을 공정하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의료와 관계되는 제반 문제점에 대한 의사의 전문견해와 판단을 제공하는 일을 말한다.

장애의 종류와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법에 있는 기준으로는 크게 장애복지를 위한 기준과 손해배상 또는 보상을 위한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배상이나 보상을 위한 기준으로는 ①근로기준법, ②산업재해보상보험법, ③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④국가배상법, 그리고 ⑤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 기준들은 실정법이란 점과 비교적 간단하다는 장점을 빼고 나면, 시대에 맞지 않고, 비과학적이며, 조잡하고, 불명확하며,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 사고의 배상에는 맥브라이드(McBride) 기준이나 미국의학협회 기준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장애인지도에 대한 기초연구나 자료가 부족하므로 이 분야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이러한 자료가 확보된다면 ①신체장애율과 능력상실율은 따로 평가하고, ②신체장애율은 대한의학협회가 미국의학협회기준을 참조하여 평가기준을 마련하며, ③신체장애율은 신체 부위별로 4-5개의 등급과 등급내 범위를 제시하여 작은 차이까지 백분율(%)로 구하도록 하고, ④노동력 완전 상실과 함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을 때는 개호나 간병을 인정하며, ⑤노동력상실율은 노동부가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마지막으로 ⑥노동력상실계속기간과 간병기간은 세월이 흘러 적응함에 따라 보정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리라 본다.

Symposium 2. 병원감염

의료기관내에서 병원감염 대처방안

김우주(고려의대)

국내에서 의료기관내에서 병원감염관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병원감염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게 정립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병원당국 또는 의료인은 일반적으로 병원감염은 숨겨야할 치부로만 생각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게을리 하는 경향이며, 일반국민과 언론의 시각은 병원감염은 무조건 병원 또는 의료인이 가해자이며 잘못해서 발생시킨 것으로 전적으로 책임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원감염관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병원당국이 투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되는데, 일례로 포괄수가제 (DRG)의 확대 또는 병원감염관리노력이 상응하는 보험수가상환에서의 가산점 (인센티브)을 주는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감염관리의사 및 감염관리실무자의 부족과 병원측의 채용기피 또한 병원감염관리의 정착에 중대한 장애요인으로서 최근 의약분업실시후 경영난을 겪고있는 종합병원에서 직접적인 환자진료소득이 없는 이들을 채용할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는 병원감염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병원감염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조속히 이루어냄으로써 병원감염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범국가적인 포괄적인 대책수립에 나서야할 때이다.

병원감염에서의 법적 문제

신현호(변호사)

병원감염에 대한 1차적인 방지의무는 의료기관에게 있다. 그러나 국가도 2차적인 책임이 있다. 현재의 병원감염 발생양태는 어느 한 개인이 파상풍에 감염되거나, 시설관리가 떨어진 병원에서 발생하는 라지오넬라균의 전파 정도가 아니라, 의료관리시스템의 체계적 개선, 새로운 변형균 발생의 예방이나 치료방법개발 등 국가내, 나아가서는 국가간 관리가 필요한 문제, 즉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있고 집단감염이 발생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음에도 아직 보건복지부는 몇 차례의 대책회의나 연구용역발주 등 소극적인 정책대응에 그치고 있는바,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면책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병원감염의 경위나 그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입증은 어렵다. 따라서 입원과 발병사이의 시간적 근접성을 중심으로 한 추정을 통하여 입증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진료기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는 의사가 진료기록을 조작한 경우에는 의료과실을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에 진료기록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법감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의료소송도 일반소송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의사의 과실행위를 주장·입증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병원과실이 없다고 인정된 사건의 공통점은 병원감염관리위원회가 병원감염관리지침을 만들어 실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입증된 경우, 감염원이나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경우, 환자의 면역력저하로 인한 개별감염인 경우 등 이다. 집단감염사건에 대하여는 모두 병원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적인 책임공방이 될 경우에는 첫째 원내감염인가 원외감염인가에 대한 인과관계의 존부 여부, 병원감염관리규정의 유무·규정의 실제적 적용·사후관리여부 등 과실이 있는가 여부가 주요 논점이 된다. 병원감염관리지침의 이행으로 법적인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Symposium 3. 헌법과 공중보건

담배소송의 공중보건법적 고찰

이경환(연세의대)

아마도 담배소송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제조업자가 담배의 해악성과 니코틴의 중독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사실을 어떻게 은폐하여 왔는가, 그리고 어떻게 소비자를 현혹시켜 조종하여 왔는가에 대해 명백히 함으로써, 흡연자의 위험의 감수나 비난가능성으로부터 담배회사의 고의 내지 사기 행위에 대한 도덕적 타락성에 대한 인식을 부각시킴으로써 흡연의 위험과 책임에 관한 공개적·정치적인 인식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주 정부와 담배회사 사이에 합의가 종결된 이후에 광범위하게 담배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리라 보았지만, 결국은 담배회사의 로비와 정부의 대응자세의 미흡 등으로 인하여 공중이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담배의 해악성 등 흡연이 공중보건에 커다란 영향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만큼 성과가 나타났던 것은 사실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담배소송은 공중보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공중보건과 관련이 있는 상품의 판매는 제조물책임 또는 엄격책임의 법리에 따라 상품제조회사에 책임이 부과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담배소송으로 인하여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게 되면 무한한 수의 소송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만큼 회사는 경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담배소송 자체는 그 승패를 떠나서도 공중보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그 진행과정에 있어서 정보공개 등의 요구에 응하여야 하는 등 담배회사로 하여금 커다란 부담을 갖게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통해 본 의료인의 형사책임

최재천(변호사)

의료사고의 발생원인은 의료진의 기술부족과 태만 등 의료진측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환경적 요인이나 의료본질적 요인 및 환자측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의료진의 격무와 과로로 진료에 소홀해지거나 집중력이 감소되어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인구밀도에 따른 적절한 의료진의 공급과 충분한 휴식시간의 확보가 필요하고 의료분야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교육의 시행과 첨단기기에 의한 정밀한 진료 및 수술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문제되는데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의 분점현상으로 의료계도 일종의 의료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 검찰은 의사에 대한 적극적 수사와 기소에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첫째, 검찰이 의료사고 발생시 이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수사인력의 확보가 필요하고 둘째,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여 의료분야에 집중적이고 세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셋째, 무엇보다도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의료사고에 대한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에 국민의 기본권 수호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의료분야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미있는 결정이 축적되고 있는 바, 국민의 기본권 보장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보건의료와 기본권의 갈등

정금례(연세의대)

보건의료와 기본권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 또는 비례의 원칙은 보건의료와 기본권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보건의료목적을 위한 개인의 기본권의 제한은 그 제한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국민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기본권이라는 제한되는 사익보다 클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의료법 제25조 제1항 등 위헌제청사건에서 국민건강이라는 공익이 제한되는 직업의 자유라는 사익보다 중요하다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함으로써 공익과 사익사이의 관계를 언급하였다

<연제집 원문 의학자료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