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의-정 협상을 진행하면서 성과가 없을 때마다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 겁니까?"

의사협회가 총파업 재진행 안건을 임시대의원 총회에 상정할 것을 요청하자 '투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속된 총파업 투표 독려 문자와 두번의 투표 진행, 지난 10일 집단 휴진 참여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여론몰이에 회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원격진료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7일 시도의사회, 개원의사회, 대의원들 취재 결과 의료계에서 투쟁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피로감의 원인은 잦은 총파업 카드의 남발. 특히 26일 의협이 상임이사회를 통해 임총에서 총파업 재진행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청하면서부터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총파업을 유보한지 일주일만에 의협을 통해 다시 한번 파업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지난 해 말부터 계속되는 투쟁 기조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토요 휴무 투쟁과 전국의사가족대회, 총궐기 대회 등 투쟁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수많은 이벤트를 겪어왔다"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의정 협의체 진행을 하면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파업 카드를 꺼낼 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서 휴진 참여율이나 총파업 유보 투표 결과를 통해 민심을 확인하지 않았냐"면서 "파업 진행 남발로 파업이 가진 의미의 강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원격진료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에 따른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승부수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의사회 회장은 "제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보면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한다'고 돼 있다"면서 "복지부를 편드는 것은 아니지만 원격진료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는 사실 국회 입법 과정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 과정이란 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 전까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의정 협의문만 보면 원격진료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

복지부 역시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국회 의결 전까지 이를 반영한다는 약속을 한 이상 '선 시범사업 후 입법' 합의를 깨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는 "의협이 복지부 약속 위반을 이유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과연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임총에서 국회 입법 과정을 명시한 것에 대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승부수를 띄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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