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직 고위 직원을 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식품정보원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보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가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의 정당한 절차에 따른 원장 선임 결과를 부정하고 식약처 현직 내부직원의 선임을 위해 원장추천위원회 구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모한 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을 의결한 식품정보원 이사회의 결정을 재심의하라며 권한 밖의 명령을 내리는 등 낙하산 인사를 위한 지속적이며 다양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는 6월 25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원장에 대해 연임을 의결했다. 정관에 따라 식약처장은 이사회 의결에 대해 승인 또는 불승인의 의사결정을 해야 함에도 ‘보류’라는 불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는 식약처에 의결사항에 대한 불승인 문서를 요구하고 원장 공모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7월 이사회에 참석한 식약처 과장은 ‘의결 자체가 문제이며, 식약처의 지휘감독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며 협박성 언사를 한 것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강권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식품안전정보원 원장 공모에 식약처 현직 고위공무원 오모씨가 두 차례 단독 응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10일 시행된 식품안전정보원 원장 첫 공모에 오모씨가 단독 응모하자, 7월 19일 재공모가 실시됐다. 하지만 2차 공모에도 불구하고 응모자는 오모씨 단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낙하산에 대한 우려는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 및 원장추천위원회 논의 내내 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2차 공모 후 구성된 원장추천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누가 항간에 이 사람(오모씨)를 자꾸 흘려가지고 다른 사람을 못 내게끔 한다는 얘기가 들어오더라”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8월 14일 식품안전정보원 이사회에서는 원장추천위원회의 심사결과 상정된 식약처 현직 고위공무원 오모씨에 대한 원장 적격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이사들은 “식약처는 낙하산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 의심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한 이사는 식약처의 부당한 압력에 반대하며 이사직을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에 참석한 식약처의 한 과장은 “그 간부가 식품이력추적에 대해 세부적인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돈과 인력이다. 예산확보, 인력확보 차원에서 열심히 뛰어주십사 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식약처 낙하산임을 인정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을 “식약처에서 가장 핫한 사람”으로 지칭한 식품정책조정과장이 식품안전정보원 원장 선임을 위해 열린 이사회에 출석해 ‘식약처의 지휘 감독 벗어나는 행위엔 응분의 책임이 따를 거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그러나 식약처가 밀어붙인 인사가 이사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식약처는 낙하산을 강행했다. 8월 27일 3차 원장공모가 진행됐고 식약처 고위공무원이 다시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9월 11일 원장추천위원회 면접 후 최종 후보로 결정된 2인 중에는 오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격으로 결정된 사람이 다시 응모해 최종후보가 된 것이다.

김성주 의원은 “낙하산으로 임명된 기관장은 낙하시켜 준 정부나 상급기관의 눈치나 볼 수밖에 없다.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조직 내 불화만 가중시킬 뿐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또는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기구는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고 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기관 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정부기관인 식약처는 퇴직자 자리보존을 위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국민이 반대하고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낙하산 인사 강행을 지시하고 행동에 옮긴 관련자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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