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이식 수가 늘어나면서 뇌사자의 간의 배분을 좀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간이식 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교수)은 현재의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을 현재 CTP(child-turcotte-pugh)점수에서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점수로 바꿔야 한다고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CTP 점수란 이식 대기자의 간성 뇌증, 복수, 각종 간 기능 혈액 검사 수치를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으로,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들은 CTP점수와 임상 상황을 종합해 응급도1(1, 2A), 응급도2(2B), 응급도3(3), 응급도7(7)로 나뉜다.

하지만 CTP 점수의 요소 가운데 복수와 간성뇌증의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데다 대기자 범위가 넓어 위급정도를 세분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동일 등급 내에서는 등록대기시간, 뇌사자 발굴기관 인센티브 등 비의학적인 요소들에 의해 배분 순서가 정해진다.

반면 MELD점수는 간의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과 혈액응고시간, 빌리루빈 수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만든 것으로, 객관적인 혈액 검사 수치만 반영하므로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 없이 이식 대기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

양쪽 기준점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이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대상으로 2개의 기준으로 중등도를 나누고 각 군의 대기등록 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같은 응급도1 대기자라도 MELD가 24점 미만이면 3개월 생존율이 93%인 반면, 31점 이상이면 35%로 나타났다.

이는 똑같은 위험등급이라도 위중도가 낮은 사람에게 배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응급도2인 대기자라도 MELD가 31점 이상이면 3개월 생존율은 48.2%로,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 70.2%보다 훨씬 낮았다.

이광웅 교수는 “한정된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위급한 대기자가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 “CTP 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으므로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