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복강경수술 중단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던 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가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산부인과학회는 1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국 산부인과 주임교수 회의를 열어 기존의 강경한 협상안을 수정, 17일 건정심에 중재안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산부인과학회의 중재안은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에 전면 참여하는 대신 복잡하고 다양한 산부인과 수술에 대한 분류체계를 재정비하고, 수년째 미뤄오고 있는 산부인과 수가를 현실화해달라는 것이다.

학회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어차피 시행할 제도라면 정부와 대치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일부 양보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이끌어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 산부인과학회는 '개복에 의한 자궁적출술'과 '정상적인 제왕절개술' 이외의 산부인과 수술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어 만약 정부가 이를 계속 강행한다면 복강경 수술을 중단하겠다며 초강수를 두며 복지부를 압박해 왔다.

복지부 또한 지난 13일 열린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산부인과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것을 이해하지만 DRG 참여를 미룰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열린 소위원회에서만 해도 산부인과학회와 복지부는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산부인과학회가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산부인과학회 김병기 비상대책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일단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정부는 산부인과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가를 보존해주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가 DRG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전제조건은 정부가 1년 안에 산부인과 수술의 분류체계를 재정립해 제대로 된 수가를 적용해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분류체계는 마치 커피를 '아메리카노'와 '기타 등등'으로 뭉뚱 그려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니 제대로 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면 분류체계를 세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이번에 산부인과 DRG에 전면 참여하면 전체 산부인과 수가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면서 "산부인과가 양보한 만큼 정부는 학회가 제시한 전제조건을 수용,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 수술은 같은 난소 수술이라도 중증도가 워낙 차이가 커서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만들고, 그에 맞는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면서 "이는 서두르기 보다는 1년간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한편, 이날 주임교수 회의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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