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 담배를 피울 경우 니코틴 축적의 영향이 자녀 뿐 아니라 손주에까지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LA생물의학연구소 비렌더 라한(Virender K. Rehan) 교수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어미 쥐가 니코틴을 흡수하면 소아천식에 미치는 영향은 태아 뿐만 아니라 태아의 자녀, 즉 어미 쥐의 손주까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BMC Medicine에 발표했다.
 
물론 새끼 쥐는 부모가 될 때까지 전혀 니코틴을 흡수하지 않은 상태였다.

임신 중 흡연하면 축적된 니코틴이 태아의 폐에 작용해 출생 후에 소아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뚜렷한 증가 경향을 보이는 소아천식의 원인 중 하나는 임신 중 엄마의 흡연이다.

미국여성의 12%는 임신 중에도 흡연을 계속하며, 그 결과 적어도 연간 40만명의 신생아가 모체 내에서 니코틴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시된 연학연구에서는 모체 내에서 니코틴에 노출된 신생아는 출생 후 부모가 될 때까지 전혀 흡연을 하지 않아도 그 자녀가 소아천식에 쉽게 걸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Chest).

즉 임신 중 흡연한 엄마의 영향이 자녀 뿐만 아니라 세대를 건너 손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역학적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라한 교수는 어미 쥐에 니코틴을 투여하면 새끼 쥐의 소아천식 증상이 유의하게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병리진단, 단백질 마커로 확인했다.

또한 로시글리타존을 니코틴과 동시에 어미 쥐에 투여하면 증상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2011년에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Lung cellular & Molecular Physiology에 발표했다. 

이번 보고에서는 새끼 쥐에는 니코틴을 투여하지 않았어도 손주 쥐에도 동일한 증상이 유의하게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 그리고 손주 쥐의 증상 역시 임신 중인 새끼 쥐에 로시글리타존을 투여하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후성적 변이가 열쇠

라한 교수는 니코틴이 천식증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알아보기 위해 어미 쥐에 투여한 니코틴이 새끼 쥐에 후천적 유전자 변이(후성적 변이)를 일으키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폐에서는 DNA 메틸화에 변화가 없었지만 단백질 히스톤 H3의 아세틸화는 상승, 히스톤H4의 아세틸화는 감소했다.

니코틴과 로시글리타존을 동시 투여하면 폐에서 히스톤H3의 아세틸화만 높아진다는 점에서 니코틴의 작용은 히스톤H3의 아세틸화를 매개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물론 로시글리타존만 투여해서는 어떤 후성적 변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니코틴 작용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는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니코틴 작용으로 발생한 후성적 변이가 단순히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지적됐다.

태아의 신체에는 이미 장래 성(性)세포의 근원인 원시생식세포가 존재하고 있어 니코틴이 이 세포에 직접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만일 이 소아천식증상이 증손주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후성적 변이 유전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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