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괄 약가인하에 대한 당근책으로 내놓은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의 한 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보건복지부가 브리핑룸에서 2013년도 복지 분야 예산안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6월 인증한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에 임상·비임상 지원으로 8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전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 8734억원 중 0.9%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 예산을 전년보다 36.6% 증가한 3372억원으로 배정해 그 동안 제약산업이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해온 점은 뒷받침했다.

또 글로벌 제약업체 인수합병 펀드를 위해 200억원을 마련키로 한 가운데 제약산업 전문인력 약성에 39억원, 신약개발 R&D의 경우 전년보다 4% 늘어난 247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혁신형 제약기업만을 위한 예산 책정은 없는 것이다. 이 날 임채민 장관 역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사업을 구체화하기 어려워 혁신형 제약기업을 임상·비임상 부분에 포함해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53.55% 일괄 약가인하를 대신한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은 업계에 있어 허탈감을 안겨준 셈이 됐다. 결국 사탕발림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만을 위해 정부가 준비한 80억원은 43개 회사에게 1~2억원 꼴로 돌아간다. 신약 하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게는 수 조원, 적게는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현 시점에서 1~2억은 그야말로 껌 값에 불과하다.

물론 신약개발 R&D 비용으로 2474억원이 책정됐지만 이 액수만로는 R&D 지원이 절대 부족하다. 이 돈은 혁신형 제약기업을 위한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인증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짜놓은 판에 맞춰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일괄 약가인하를 하기 위해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대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것부터 혁신형 제약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말에 제약계는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며 “결국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예산은 명목에 불과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제약산업 육성 방책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약 개발하라고 시작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만 놓고 봤을 때 이번 지원 금액만 보면 누구라도 허탈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 타결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알지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유무에 있어 차별화는 없어 보인다”며 “일괄 약가인하 시행도 급작스러웠지만 인증 역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시행된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협의체를 구성한 후 세부적인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데일리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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