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대한의사협회를 이끌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각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어떤 후보는 특정 후보를 의삭하는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적임자로서 자신을 연신 호명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오후 6시30분 개최한 후보자 합동토론회 자리에서다.

그러나 상호토론과 플로어 질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이날 토론회는 격론의 장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지난 여의사 주최 토론회의 장면을 반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덕종 후보와 윤창겸 후보는 불참했다.

나현 후보는 "일부 후보들은 마치 의료계를 구원할 것처럼 말하지만 '메시아'를 자처하는 후보일수록 뜬구름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내부고발을 뿌리뽑겠다고도 강조했다.

나 후보는 "내부고발이 정의로 포장돼서는 안된다"며 "의협 회무와 회계 투명성 확보로 회원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것이며 화합과 단결을 통해 뜬구름 잡을 인물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인물인지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최덕종 후보는 "내외적으로 의료계는 사면초가다. 특히 외부적으로는 각종 악법으로 신음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향후에는 총액계약제라는 쓰나미가 닥쳐올 것"이라면서 "현행 집행부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며 회장 1인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도의사회가 하부 수행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점에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최 후보는 "소수 의견이 소외된다면 회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접점을 찾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가교 역할을 내가 하겠다"고 피력했다. 
 

전기엽 후보는 "정부 정책은 너무나 굳고 단단한 성벽과도 같다"며 "의사사회의 회무 경험은 비록 전무하지만 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바탕으로 틈새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근거 중심의 연구를 통해 정부와는 때로는 협력하면서 떄로는 맞서면서 의협 회장으로서 참된 역할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주수호 후보는 단연, 그 간의 노력과 능력으로 검증된 인물임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35대 회장을 지내면서 물론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비난과 비판이 무서워 숨지 않았으며 실패가 두려워 피하지 않았다.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내부 불신을 종식하기 위해 애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후보는 "협회 회장의 위상과 자존심이 땅에 떨어져 문전박대당하던 시절, 빠른 시간 내 자존감을 끌어올렸고 대가없이 회무를 수행했다고 자부한다"며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2000년 의쟁투 시절부터 쌓아온 풍부한 인맥과 경험을 토대로 실전형 전사가 되어 회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턱밑까지 추격해온 노환규 후보의 선전도 눈여겨볼만하다.

노 후보는 "그 동안 말도 안되는 저수가 체제 하에서 늘 입으로만 외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하지 않았다"며 "2000년 의쟁투 시절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곡되고 잘못된 제도를 방치하면 안 되는데도 조직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후보는 "분열의 전문가가 아니라 통합, 화합의 전문가임을 증명하겠다"며 "젊은이들만의 행동 뿐만 아니라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와 경험을 얹혀서 단단하게 결속된 11만 의사단체를 만들어서 그 어떤 도전에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윤창겸 후보는 2번의 경기도의사회장과 의협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론과 경험의 실무를 쌓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윤창겸 후보는 "그 간 패배 의식을 떨쳐버리고 대장정 시작해야 한다"며 "의료계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면서 "경기도의사회장 등을 통해 이뤄낸 의미있는 사업들이 많은만큼 연속선상에서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회장 선거는 인터넷 직선제를 추진하겠다"면서 "이번에 간선제의 복잡성과 모순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선거가 화합, 축하, 격려의 잔치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눈에 띄는 점은 나현 후보와 노환규 후보 간 치열하게 전개된 '신경전'이었다.

나현 후보는 사실상 시종일과 노환규 후보를 겨냥한 듯 갑자기 떠오른 '뜬구름'으로 노 후보를 지목하면서 "메시아는 당장의 카타르시스는 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결국은 회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발목을 잡는 내부고발은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못을 박으며 이 역시 사실상 노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자 노환규 후보도 즉각 맞받아 쳤다. 노환규 후보는 "나현 후보가 계속해서 본인을 염두해 둔 발언을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어느 조직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때에는 외부의 입김을 빌리는 것이 맞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노 후보는 "잘못된 것은 그냥 방치하는 것이 조직은 아니지 않나"며 "또 나현 후보는 자신을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패배주의에 젖어있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한에 나현 후보를 제외한 전 후보가 선택의원제에 반대하며 강경한 자세로 정부에 임해야 한다고 하자 "나현 후보는 선택의원제에 찬성하는 것이 맞습니까"라고 직접적으로 확인하며 확실하게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일리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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