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피폭 방사선량과 건강위험에 관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대한 역학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 데이터로 인해 방사선량과 건강위험은 직선적으로 비례하며 건강 위험이 전혀 없는 방사선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설이 전해지게 됐다.

하지만 독일 헬름홀츠환경보건연구센터 테레사 뉴마이어(Teresa Neumaier) 교수는 PNAS에 이러한 통설과 모순되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저선량과 고선량에서는 방사선에 대한 세포의 반응이 다르며 DNA의 물리적 손상은 선량에 비례해도 그에 대한 생물학적인 복구 응답 능력은 단순히 선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마이어 교수는 이번 결과는 저선량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재평가할 때가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DNA 손상과 복구는 1 대 1이 아니다

방사선이 세포를 통과하면 DNA 이중나선이 손상되는 DSB(DNA double strand break)가 발생한다.

이 DNA에 가해지는 데미지(손상)는 방사선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고선량일수록 세포 분열에 많은 이상을 일으켜 세포 분열의 중지 또는 분열을 조절할 수 없는 암을 유도하거나 피폭자의 건강 위험을 높인다.

반면 DSB가 발생하면 몇 초 내지는 몇 분 내에 이를 복구하는 단백질이 DNA 손상 부위에 모여 방사선 유도포커스(RIF)를 형성한다.

RIF 역시 방사선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DSB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DSB와 RIF의 상관 관계에 의문을 나타내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뉴마이어 교수는 이를 해명해 보기로 했다.

RIF의 형성에서부터 소멸까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 방사선량과 RIF 형성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여러 DSB가 모여 1개의 RIF에 의해 복구된다는 사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DSB와 RIF 관련성이 실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게 드러난 것이다.

저선량에서는 복구 응답에 변화

여러 발견 사실 가운데 중요한 것은 방사선량에 따라 DSB와 RIF 상관관계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고선량(2Gy) 피폭시 RIF 형성 개수는 1Gy 당 15개인 반면 저선량(0.1Gy)인 경우 1Gy 당 64개나 형성되는 것이다.

즉 방사선량이 높으면 많은 DSB가 정리돼 적은 RIF로도 복구되는 반면 선량이 낮아지면 반대로 많은 RIF가 나타나 DNA 복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DNA의 물리적 손상은 선량에 비례해도 그에 대한 생물학적인 복구 응답 능력은 단순히 선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결과만으로 저선량에서의 수복 효율 증가 또는 건강위험이 적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전문가 의견PNAS도 있지만 저선량 피폭 세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앞으로는 좀더 자세히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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