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권고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 개선안에 대해 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이 한국의료 상황을 모르는 '월권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WHO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면 신탁 통치를 자청하는 일이고, 정부 스스로 국가의 건강보험제도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WHO는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막고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건강보험료 인상 ▲본인 부담금 차등화 ▲의료수가 조정 ▲성분명 약 처방 도입 등 4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의 이번 권고는 건강보험공단의 고위 간부가 부탁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명예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보험제도는 나라마다 재정상태는 물론 국민의 건강 수준과 보험제도의 경험 등 의료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세계 각국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의료보험제도의 특성을 충분히 연구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WHO가 "이래라 저래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의료보험제도와 정책은 관련 단체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심도있는 논의과정을 거쳐 공정한 방법으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나가는 것이 정당한 접근 방법"이라며 "그런만큼 WHO에 귀 동냥을 하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HO 조언이라는 핑계로 이해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의료정책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건강보험공단의 고위 간부가 국민의 피땀으로 거둬준 건강보험료로 비싼 해외 출장비를 써가면서 WHO에 조언을 자청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회장은 이번 권고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는 의료계의 자세에 대해 지적하고 "의료분야의 전문가인 의료계가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일어설 때는 과감히 일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태준 명예회장은 1979∼1988년까지 대한의사협회장을, 1988년 12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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