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생 가운데 표준 체중보다 20% 이상 체중이 더 나가는 비만 청소년이 전체의 10%를 넘어섰으며, 저학년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 특히 상당수의 비만아들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등 소아 생활습관병이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국내 비만의 추이를 살펴보면 그 형태가 ‘최악의 비만국가’ 미국의 20~30년 전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조만간 미국처럼 비만을 전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200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비만으로 인해 소모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8000억원 이상이었다.

특히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아비만을 예방한다면 비만문제의 절반 이상은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이후 약간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소아비만 환자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아비만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아비만 환자의 실제 증가 속도는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소아비만 환자의 80%는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 뚱뚱해지면 체지방 숫자가 늘어나게 되고 이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감안한다면 소아비만에서 이어진 성인비만은 다른 비만에 비해 치료가 힘들다. 최근 들어 초고도비만 환자가 늘어난 것도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진 비만 환자가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소아비만 환자는 많은 경우 학교생활이나 또래집단과의 생활에서 소외된다.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는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더욱 비만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에 비해 신체 질병을 유발하는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소아비만 환자들 중 우리가 흔히 ‘성인병’이라고 알고 있는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드물게는 당뇨병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소아비만은 우울증 등 소아정신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심각한 소아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 갖춰진 국내의 학교급식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학교마다 급식실을 따로 갖추고 영양사가 식단을 짜 교내에서 조리해서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국내의 학교급식시스템은 소아비만을 해결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한 끼 정도는 제대로 먹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 특히 영양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바른 식습관 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

다음으로 운동만이 아니라 반드시 식습관 조절을 병행해 소아비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더 많이 시키는 미국, 영국, 호주 등의 나라에 소아비만 환자가 더 많은 것이 좋은 증거다. 과거 호주는 정부차원에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의 체육수업시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활동량을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비만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런 연구결과는 급식시스템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바르게 먹는 법을 가르쳐야 소아비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또한 학부모들이 적절한 영양교육을 받아야 소아비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급식 등을 통해 아이들의 영양을 관리해봤자 부모가 집에서 이를 뒷받침 못한다면 아이가 비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제는 몰라서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영양, 건강 등 보건의료에 관한 지식수준은 다른 지식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건강한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건강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싶어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가 없어서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식품업체들도 많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가공식품 내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사업초기에는 생산비용증가, 기술적인 문제들로 인해 식품 제조업체들의 저항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식품업체들이 나서 오히려 트랜스지방을 줄인 제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도 어린이용 탄산음료의 당 함유량을 기존 보다 대폭 줄여야 학교 납품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막상 제도가 정착되자 단 맛이 아닌 다양한 맛으로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됐고 탄산음료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탕 사용이 줄어들면서 생산원가가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었다. 이처럼 국가에서 식품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기에, 적절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면 건강한 식품이 시장에 자리 잡게 되고 이를 통해 소아비만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