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1형 당뇨병과 류마티스관절염에서는 최근 진화 과정에서 위험을 증가시키는 유전자 다형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탠포드대학 소아암생물학  아툴 부테(Atul J. Butte) 교수는 1형 당뇨병과 류마티스관절염 등 7종류의 복잡 질환을 대상으로 최근 진화과정에서 양성선택(positive selection)의 영향이 나타났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PLoS ONE에 발표했다.

양성선택이란 유이간 대립형질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선택을 말하며, 반대 개념으로는 음성선택(도태), 즉 해로운 대립형질을 제거하는 선택이다.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들 유전자 다형이 질환 발생 위험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염증에 대한 보호 효과인듯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루실패커드소아병원 소아생물정보학센터 소장이기도 한 부테 교수는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를 안하면 소아기에 사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이번 발견에 놀랐다. 진화론의 대전제로 우리는 이들 질환의 발병을 피하는 방향으로 진화된다고 배워왔지만 질환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치명적 질환의 소인이 되는 유전자 다형을 갖게 된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는 위험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특정 바이러스와 세균감염에 대해 보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증이 맹위를 떨치고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이러한 취사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질환과 관련한 다형에서 직접 발생하는지 아니면 정자와 난자에 DNA가 카피될 때 동시에 카피되는 인접 유전자로부터 초래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질환 발병 관련 유전자에는 유익한 성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가장 알기 쉬운 사례는 겸상적혈구빈혈에 관한 유전자 다형이다. 이 다형을 2카피 가진 경우 심한 통증이나 장기장애를 초래하고 사망한다.

자연도태는 질환을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는 이 유전자 다형을 보유한 사람이 많다.

이유는 이 유전자 다형을 1카피만 가진 경우에는 말라리아에 걸리기 어려워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취사선택이 이로왔기 때문이다. 현대 환경에서조차 겸상적혈구 빈혈을 일으키는 인구보다 말라리아에서 보호되는 인구가 훨씬 많다.

단일 유전자다형에 의해 발병하는 겸상적혈구 빈혈과는 달리 여러 복잡 질환에는 다양한 다형이 관여한다. 다형이란 DNA 의 특정 부위에 있는 염기배열 정보가 개체마다 다른 것으로 개개의 변이 부위를 일염기다형(SNP)이라고 부른다. SNP에는 질환 위험의 증가 뿐만 아니라 질환 발병 억제에도 관련하기도 한다.

때문에 개체의 유전적 위험을 게산할 때에는 그 개체가 가진 다형 전체의 종합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크론병에서는 보호적 유전자가 증가

이번 연구에서는 잘 알려진 7가지 복잡질환(1형 및 2형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관상동맥질환, 양극성장애)에 관련하는 유전자 다형의 보유율의 변화를 검토했다. 분석은 대표연구자인 이 대학 에릭 코로나 박사가 실시했다.

과거 게놈와이드 관련 분석을 통해 각 질환에 대해 이미 수백개의 SNP가 관련됐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1형 당뇨병과 밀접하게 관련한다는 SNP 가운데 80개의 보유율이 최근들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SNP가 양성선택됐음을 의미한다. 놀랍게도 이들 80개의 SNP 가운데 58개는 위험 증가와 관련했으며 보호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되는 SNP는 22개였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관해서도 위험 증가와 관련하는 SNP가 정상적으로 도태되고 있었다. 한편 크론병에 관해서는 1형 당뇨병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도태된 SNP는 위험 증가 보다는 보호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아 발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질환 가운데 2형 당뇨병과 관상동맥질환, 양극성장애에 관해서는 정상적으로 토대된 SNP는 보호적인 것과 위험증가에 관한 것에서 거의 동수(同數)였다.

부테 교수는 이들 지견에 관해 "이러한 선택이 일어나는 이유에 관해서는 조금씩 단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엔테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중증 복통을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 이 바이러스에 대해 보호적으로 작용하는 항 바이러스 응답 유전자 IFIH1에 다형이 존재하면 1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환의 세계적 분포에 관한 연구에서는 결핵의 유병률은 그 지역의 류마티스 관절염 유병률과 반대로 변동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이전부터 지적돼 왔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종양에서도 검토

부테 교수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복잡질환을 야기하는 인자가 없는 지역에서는 질환 위험 증가에 관한 다형을 갖고 있어도 특정 감염증에 대한 호보적 효과만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교수는 "개개의 다형은 특정 질환 위험을 증가시켜도 1개체의 게놈에서 여러 SNP의 누적적 영향에 의해 이러한 개별 영향은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진화론적인 견해를   건강도가 높은 개체는 보호적 유전자인지 위험증가 유전자인지에 상관없이 자신이 가진 유전자와 같은 것을 자손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인구 이동으로 식생활이나 환경, 거주지 등의 조건이 변화하면 위험 증가 SNP의 보유자는 현대병으로 알려진 병태를 일으키게 될 지 모른다.

코로나 박사와 부테 교수는 현재 대상으로 하는 SNP와 질환을 추가하여 검토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또 각종 종양의 유전자 프로파일을 검토하고 종양에도 정상적인 도태의 압력을 받는지 증거를 얻기 위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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