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수가인하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병리과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수가인하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던 병리과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의 경우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3개 병원 병리과 교수들이 오는 16일부터 3일간에 걸쳐 응급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판독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리학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예고한 제3차 비상대책회의에 하루 앞서 14일 3개 병원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나온 대책이다.

이 대학 병리과교실 소속 한 교수는 “응급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병리검사를 오는 수요일(16일)부터 금요일까지 중지하기로 교수들이 의견을 모았다”며 “이는 15일 있을 학회 비대위 결정과는 별도로 판독거부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병리과 교수들의 이 같은 방침은 출근은 하되 꼭 필요한 업무만을 하겠다는 뜻에서, 노동쟁의 방법 중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태업(怠業)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파업과 달리 비교적 간단한데다 위법성 시비를 가리기 힘든 만큼, 이들 서울대 병리과 교수들이 파업에 따른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이번 수가인하안에 반대해 정부를 직접 압박해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교수는 “일단 15일 비대위 회의를 지켜본 뒤 앞으로 상황 전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조만간 서울대 3개 병원 병리과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이 이처럼 비대위의 공식 활동과는 별도의 독자행보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학으로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결정 소식에 수도권 한 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전공의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교수들이 먼저 나섰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당장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컨퍼런스 참석 거부 등 가능한 범위에서 병리과 의사들의 뜻을 알리고 있다”고 일부 동조의 뜻을 전했다.

반대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학회 비대위에서 활동 중인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병리과 과장은 “일단 교수들이 나서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대학병원 한, 두 곳이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비대위 회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한편, 학회 비대위는 복지부에 이번 수가인하안과 관련해 철회하도록 요청하고 14일까지 답변을 기다렸으나, 기존의 철회불가 방침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학회 관계자 등은 전했다. / 메디칼트리뷴 기사제휴 데일리메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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