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김진현 교수 연구팀이 연구용역을 담당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대한고혈압학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성 평가에 대해 학회가 왈가왈부할 내용은 없지만 임상적 유용성 평가는 학회 의견을 개진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실과 동 떨어진 연구보고서"

학회 김종진 총무이사(경희의대)는 김진현 교수 연구팀의 전문성 부족도 함께 지적했다.

김종진 이사는 "심평원이 자문위원단의 자문을 받아 김진현 교수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나 연구팀 내 의사는 가정의학과 1명만 포함됐을뿐 간호사나 대학원생 등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전문가에 대해서는 자문만을 받았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회 김영권 특별위원도 "심평원에서 발주한 연구보고서에 인용된 자료를 살펴보면 수십년 전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며 "당시에는 이뇨제 등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최대용량을 사용, 혈압강하 효과를 측정했으나 현실에서는 이정도 용량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헌 분석에 의존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김종진 이사는 "우리 학회가 이번 전문가 의견서에 담고 있는 내용은 경제성 평가 내용이 아닌 임상적 유용성 평가에 대한 것"이라며 "경제성 평가에 대해 학회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배제하고 임상적 유용성 평가결과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임상적 유용성 평가, 6가지 오류"

고혈압학회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를 위한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보고서에 대해 특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이사회 인준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며 보고서의 6가지 오류에 대해 나열했다.

먼저 학회가 제시한 문제점은 "연구대상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점이다.

학회는 "연구대상으로 실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를 배제한 후 단순 고혈압 환자만을 선정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단일요법만으로 분석한 보고서의 결과는 실제 치료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임상적 효용성을 평가하는데 매우 제한적"이라며 "항고혈압제의 이상반응 평가 부분을 제외한 것은 평가지표 선정의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회는 "약제의 지속성 평가는 이상반응 평가와 관련해 반드시 추가돼야 할 평가지표"라고 못박으면서 "중간지표와 최종지표의 메타분석 선정과 해석에 중대한 오류가 있으므로 그에 근거한 결론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항고혈압제는 상용량을 투여할 경우 계열 간 및 계열 내에서 강압효과가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동일한 항고혈압제에 대한 강압효과는 환자 개인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참여와 자문 필요"

고혈압학회는 이 같은 연구용역 보고서의 미비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동반질환을 가진 고혈압 환자와 단일요법 만이 아닌 병용요법이 반영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국내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복용지속성, 합병증의 발생, 총 의료비 사이의 정량적 관계를 파악해 임상 유효도와 비용-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미 외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바와 같이 5~10년의 코호트 분석을 제안한다"는 것이 학회 의견이다.

끝으로 학회는 "항고혈압제의 계열 간 및 계열 내 비교평가는 국내외적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간 지표와 최종 지표와 관련해 신뢰성이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목적에 부합하는 자료의 선정과 해석에 전문가 참여와 자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 마감 시한인 17일 심평원에 전달했다.  /메디칼트리뷴 기사제휴 데일리메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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