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10명 가운데 4명은 본인이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자가족은 대부분은 이러한 상태를 알고 있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팀은 국립암센터와 서울아산병원, 계명대동산의료원, 충남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11개 대학병원의 18세 이상 말기암환자 481명과 가족 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같은 연구결과를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했다.

말기암은 암이 원격 전이된 4기와는 달리 여러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악화돼 수개월내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윤 박사팀에 따르면,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환자의 56.2%는 의사로부터 직접 들었으며 10.7%는 가족으로부터 알게 된 반면 28.5%는 ‘상태가 악화되어 추측해서’, 3.6%는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환자 가족의 68.8%는 의사로부터 직접 들었으며, 5.4%는 가족으로부터 알게 됐다. 22.7%는 ‘상태가 악화되어 추측해서’, 2.2%는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상태가 악화되면서 짐작으로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보다는 의사나 가족으로부터 직접 들은 경우에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기능과 전반적인 삶의 질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로나 통증, 식욕부진 등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환자의 정서적인 반응은 참담함(44.2%), 우울과 슬픔(39.2%), 좌절감(28.0%), 아무 생각 없음(25.1%), 상실감(24.3%) 등이었으며, 가족은 참담함(50.8%), 우울과 슬픔(50.8%), 상실감(29.8%), 좌절감(26.3%), 감정 조절의 어려움(22.2%) 등을 느꼈다고 밝혔다.

‘말기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는가?’의 질문에 환자 78.6% , 가족 69.6%가 말기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수치는 60세 미만의 환자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9배(84.7% 대 71.4%),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7배(85.5% 대 68.4%), 환자가 의료비를 지불하는 경우에 그렇지 않을 때보다 2.3배(87.4% 대 73.9%) 더 많았다.

윤영호 박사는 “말기라는 사실을 감춘다 하더라도 결국은 환자 본인이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되어 짐작으로 알게 된 경우보다 의료진이나 가족으로부터 말기라는 사실을 직접 들었을 때 삶의 질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점은 환자에게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통 없이 편안하고 가족들에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환자가 죽음의 과정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결정에 환자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환자에게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관행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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