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뮌헨-게오르그 아우구스트대학병원 다발성경화증연구소 알렉산더 플루게(Alexander Fluge) 소장은 다발성경화증(MS) 등의 질환에서 발생하는 면역세포의 뇌속 이동을 현미경으로 실시간 촬영하는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Nature에 발표했다.

플루게 소장은 이 영상을 통해 면역세포의 여러 가지 새로운 행동패턴을 발견했으며, 이번 지견은 MS의 복잡한 배경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묵은 의문 밝혀내

MS 등의 질환에서는 면역세포가 뇌조직에 침윤하여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러한 혈관외 유주의 기전은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다.

중추신경계와 혈액은 특수한 혈관에 의해 물질교환이 제한되기 때문에 뇌속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면역세포가 실제로 신경세포까지 도달한다는 증거는 지금까지 뇌 슬라이스 표본을 통해 밝혀졌다.

뇌와 척수의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물리적 영향이나 외상으로부터는 두개골과 척추가 보호하고, 혈중 바이러스 침입 등 체내에 잠재하는 위험은 혈액뇌관문(BBB)이라는 특수 혈관이 감시한다.

BBB의 혈관벽은 세포와 다양한 미세분자가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 신경세포를 보호한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다. MS 등의 질환에서는 활동성 높은 면역세포가 BBB를 돌파한다. 뇌속에 침입한 면역세포는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신경세포를 공격하여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BBB는 대개 순환기계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를 분리시키고 있어 이처럼 면역세포가 BBB를 돌파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기전이 해명되면 MS의 병인(病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진행되다가 1980년대에는 일정 조건 하에서는 T세포가 자기의 뇌세포를 인식하여 공격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조직 슬라이스를 이용한 수십년간의 연구에서는 T세포가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뇌속으로 침입하는 경로 및 침입으로 유발되는 손상에 관해 상당히 많은 사실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실제로 관찰하기는 불가능했다.

뇌관문 돌파까지 여러 단계

이번 연구에서는 래트의 생체조직에서 자가조직에 공격성을 보이는 T세포를 녹색형광단백질(GFP)로 표지, 현미경으로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질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들 세포를 체계적으로 관찰한 결과,활동적인 T세포가 BBB를 돌파하여 신경조직에 도달할 때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계 바깥에서 표지한 세포의 행동은 예상대로 혈류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때로는 혈관벽에 잠시 부착됐다.

그러나 일단 신경계의 혈관에 도달하게 되면 전혀 다른 행동을 나타냈다. 즉 혈관벽에 붙는 세포수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이다.

막스플랑크신경생물학연구소 소속이기도 한 플루게 소장은 “T세포에서 ‘crawling’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말했다.

Crawling이란 세포가 혈류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T세포가 몇분에서 몇시간 혈관벽을 따라 이동하는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후 다시 혈류를 따라 흘러가는 세포도 있었지만 일부 혈관벽을 통과한 세포도 발견됐다.

BBB를 돌파한 세포는 혈관 근처에서 행동을 계속하기 때문에 혈관외피와 신경조직의 표면에 많은 탐식세포와의 접촉은 시간 문제였다.

이동 중인 T세포가 탐식세포를 만나면 양쪽은 밀착하며 개중에는 몇분간 떨어지지 않기도 했다.

치료제 작용기전 발견

T세포가 면역능을 활성시키려면 탐식세포와 접촉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양쪽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부위가 BBB라는 사실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었다.

게다가 T세포는 탐식세포와 결합할 때까지는 염증성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거나 신경계를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T세포가 활성된 다음에는 혈관벽을 통과하는 세포수가 점차 늘어났다.

플루게 소장은 “신경조직의 경계에서 활성된 T세포가 결정적인 신호가 되어 면역세포의 신경조직으로 침윤이 유발된다”고 결론내렸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MS 치료에 이미 이용된 일부 항체 때문에 ‘crawling’하는 세포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대표연구자이자 막스플랑크 신경생물학연구소 인고 바솔로머스(Ingo Bartholomus) 박사는 “지금까지는 항체가 T세포의 혈관 통과를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관찰로 T세포의 crawling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로 면역세포가 어떻게 작용하여 신경계에 도달하는지를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지견으로 건강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면역계 보안시스템의 기능에 관한 지식도 쌓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의문도 생겼다. 향후 검토과제로는 (1)T세포는 어떻게 혈관벽에 접착하는가 (2)약한 부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3)BBB의 어떤 부위를 통과하는가 (4)통과한 세포를 조절하는 인자는 무엇인가-라고 교수는 제시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MS 등의 질환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치료법과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