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학회는 12월 4일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21세기 보런의료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질병예방을 위한 역학연구의 재정립'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우리나라에서의 심혈관계 질환, 당뇨, 자살 등의 역학적 연구성과들이 분과별로 발표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 화학물질, 당뇨병 발생 높인다

2형 당뇨병 발생에 비만 보다 여러 화학물질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이덕희 교수팀은 역학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와 비만, 화학물질 사이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당뇨병의 발생에 비만보다는 인체 내에 들어가면 분해가 잘 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 즉, POPs(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의 역할이 더 중요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의 경우 다이옥신보다는 유기염소계 농약과 PCBs (Polychlorinated Biphenyls, 폴리염화비페닐) 종류들과 더욱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체내에 이러한 화학물질의 축적 정도가 매우 낮을 경우 비만(BMI 30)하더라도 당뇨병의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을 가능성을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만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하여 섭취하는 칼로리에 비하여 소모하는 칼로리가 적어서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그 자체만으로도  비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덕희 교수는 "화학물질과 비만 및 당뇨병간의 관련성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만과 당뇨병의 패러다임에 대한 중대한 문제제기로써 향후 새로운 관점의 예방 및 치료방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 자살유행의 사회적 요인

한국인의 자살유행을 개인의 연령,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비교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지난 10년 간 유례없은 자살의 증가로 인하여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명희 교수팀은 자살 생각, 부자살(parasuicide), 완결된 자살을 포괄하는 자기 파괴적 행태에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불평 등을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은 자살 생각과 부자살률의 유병률을 추정하기 위해 4차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했고(1995, 1998, 2001, 2005년), 자살 사망률은 사망등록자료와 1995, 2000, 2005년의 인구센서스 자료를 연계하여 추정하였다.

개인 수준의 사회경제적 위치 척도(socioeconomic position, SEP)로는 교육 수준을, 지역(시․군․구) 수준의 SEP로는 박탈과 도시화 정도를 이용하여 이들 결과변수에서의 변이를 평가하였다. 절대적, 상대적 불평등의 평가 척도로는 불평등 기울기 지수(slope index of inequality)와 상대불평등지수(relative index of inequality)를 사용하였다.

그 결과 자살 생각의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남녀 모두에서 최근으로 올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고(남자 18.0% → 13.5%, 여자 27.5% → 22.9%), 부자살의 유병률도 절대 크기는 훨씬 작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와 달리 자살 사망률은 세번의 측정 시점에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자 20.9/10만 명 → 42.8명, 여자 8.9명 → 20.9명).

남녀 모두에서 노인 계층의 자살률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절대적, 상대적 척도로 평가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 한국의 자살 유행(epidemic)이 사회적 기원을 가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며 "자살률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고위험 개인들의 자살 예방에 초점을 두는 임상적 접근뿐 아니라 사회적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성 암발생 가능성 '짠생선↑-김치↓'

소금에 절인 생선은 한국 남성의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김치는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 대장암으로 인한 발생률 및 사망률 또한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소화기계 암종의 발병에 식이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국내 역학연구에서 장기간의 추적조사을 통해 식이요인과 암 발병과의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는 드물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김동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 등으로 구성된 서울남성코호트 연구진은 1992년 서울에 거주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보험자 14,533명으로 구축된 코호트를 장기간 추적조사하여 기저조사시 파악된 식이섭취가 향후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기저조사에 응한 14,533명 가운데 조사 당시 암진단력이 있는 18명과 식품섭취빈도조사표에서 미상항목이 전체 항목의 10%(>=8 items/84) 이상 되는 444명을 분석에서 제외하고 최종 추적대상자 14,071명 대상으로 2005년 12월 31일까지 암 발생여부를 확인하였다. 암 발생은 국립암센터의 암등록자료와 연계하여 확인하였다.

식이섭취정보는 84개 식품항목의 식품섭취빈도조사지(FFQ)를 사용하였고, 4차례에 걸친 24시간 회상법을 통한 타당도조사를 수행하였다(deattenuated corr. coefficient; 0.40-0.82). 이외에 질병과거력, 인구학적 변인, 흡연, 음주, 운동력 등에 관해서는 구조화된 설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14,071명을 평균 12.7년 추적조사한 결과, 총 관찰인년 177,030인년 동안 815명의 암 발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 기저조사 이후 2년 이내의 암 발생자(n=65)는 최종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연령, 교육수준, 고혈압 과거력, 체질량지수, 종합비타민 복용력, 흡연력, 음주력, 운동력 등의 영향을 보정한 식품군별 분석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salted fish)는 전체 암종의 발생위험을 높였다(Upper tertile compared with lower tertile, adjusted Hazard Ratio[HR]=1.33, 95%[CI]=1.09-1.61, p for trend= 0.006).

이와는 반대로 김치는 전체 암종의 발생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관찰되었다(adjusted HR=0.81, 95% CI=0.67-0.97, p for trend=0.022).

연구팀은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에서 섭취빈도가 높은 생선과 김치의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반되게 관찰되었다"며 "이와 관련한 발암 기전이나 보건학적 활용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사증후군, 심장병 발생위험 높여

대사증후군 여부와 대사증후군 요소의 수가 증가 할수록 심장병 발생 위험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스탠포드 의과대학 리벤 교수(Dr. G. Reaven)가 대사증후군의 개념을 소개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대사증후군 정의를 포함하여 합병증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되었으나 여전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들이 외국에서 발표되었고, 일부 국내 연구들은 대부분 단면적 연구들이어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역학건강증진학과 지선하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심장학회와 공동으로 대규모 인구집단 코호트를 구축하고, 대사증후군과 심장병 발생과의 관련성을 연구하였다.

연구팀은 2005년 12월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대사증후군 연구사업단 연구의 일환으로서 대한심장학회와 공동으로 전국 20개 종합검진센터에서 2001년 이전에 검진을 받았던 394,738명의 자료들을 수집하였다. 

대사증후군 요소별로 심장병과 뇌졸중에 대한 발생률과 상대위험도를 각각 추정하였으며, 미국과 중국의 유사 연구 자료와 비교하였다. 전체 연구대상자수는 결측치를 제외한 263,759명(남자 153,149명, 여자 110,610명)이었고, 평균연령은 남자 45.9세, 여자 46.5세이었다.

연구결과 10년간 심장병 발생률은 남자 1.22%, 여자 0.42%로 중국인 남자 1.5%, 여자 0.6%와 비슷하였으나, 미국인 남자 8%, 여자 2.8% 보다는 매우 낮았다.

이번 연구 코호트와 미국의 프레밍험 연구, 중국의 CMCS 연구에서 고혈압, 총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당뇨병, 흡연에 대한 심장병 발생 상대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이번 연구와 프레밍험 연구에서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프레밍험 연구에서 개발한 심장병 예측모형을 사용하여 본 연구대상자에 대해 10년 심장병 발생 위험도를 계산한 결과, 프레밍험 심장병 예측식은 한국인 심장병의 실제 위험도보다 매우 높게 과대 추정하였다.

반면에 이번 연구자료를 통해 개발된 심장병 예측모형에 의한 10년 심장병 발생 위험도는 예측치와 실제치에서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남자의 경우 10년 심장병 발생위험도는 대사증후군이 없는 경우 0.98%,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2.03%, 여자의 경우는 각각 0.26%, 0.53%이었다. 그러나 대사증후군 요소의 32개 조합에 따른 10년 심장병 발생위험도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대사증후군과 심장병 발생 위험도 예측력에 있어서 대사증후군만으로 심장병을 예측할 경우 ROC 값은 남자 56.4%, 여자 63.8%로 예측력이 매우 낮았으나, 연령, 흡연력, 그리고 대사증후군의 32개 조합을 포함할 경우 심장병 예측력은 남자 75.4%, 여자 81.8%로 매우 우수하였다.

지선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사증후군 여부와 대사증후군 요소의 수가 증가 할수록 심장병 발생 위험은 유의하게 증가했지만 대사증후군을 가진 군중에서도 대사증후군 요소의 조합에 따라 발생률의 차이가 매우 다양하였다"며 "앞으로 대사증후군과 심장병 발생 위험도를 논함에 있어서 다양한 조합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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