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과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추계대회에는 한국인에 적합한 심혈관질환 예측인자인 C-반응 단백 기준,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임상상태 평가에서의 anti-HBc IgG 역가의 유용성, 한국여성의 교육 및 소득수준이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영향, 저니코틴 담배와 요중 코티닌의 상관관계 등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 심혈관질환 예측 ‘C-반응단백’ 기준 낮춰야

동맥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에 만성적인 저강도의 전신적 염증이 깊이 관여한다. 건강검진 수검에 보편적으로 포함된 검사항목 중에서 C-반응 단백(C-reactive protein; CRP)이나 백혈구수(white blood cell)가 중요한 염증지표들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염증지표들은 흔히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잘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역학연구에서 비록 정상범위 내에서도 C-반응 단백이나 백혈구수와 같은 염증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에게서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배경 아래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와 심장협회에서는 남녀 모두 C-반응 단백이 3 mg/L 초과인 경우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고위험군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기준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근거로 C-반응 단백의 분포를 3등분해 저위험군(1mg/L), 중증도 위험군(1-3 mg/L), 고위험군(>3 mg/L)으로 정의한 것이다.

연세대학교 가정의학과 이용제, 이덕철 교수팀은 이 기준은 인종과 남녀간의 생활습관이 다른 우리나라 실정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국내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민족이며, 비만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여성의 흡연율이 낮은 등 인종간 남녀별 건강위험인자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강위험인자 코호트 HERAS(Health Risk Assessment in Gangnam Severance Hospital Cohort)에 등록된 대상자를 바탕으로 연구를 시행했다. 건강위험인자 코호트는 2006년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한 총 4,923명(남자 2,248명, 여자 2,675명)의 수검자를 대상으로 구축한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건강 위험인자를 연구하는 코호트이다.

연구결과 우리나라의 C-반응 단백의 분포는 미국의 분포와 달리 매우 낮은 분포를 보였다. C-반응 단백의 분포를 3등분해 고위험군 기준을 계산한 결과 남자는 1.01 mg/L, 여성은 0.67 mg/L 로 남녀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값은 서구의 연구결과와 달리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심장협회에서 권고한 심혈관질환 발생 고위험군의 기준점인 3 mg/L보다 훨씬 낮은 값이다.

또한 C-반응 단백을 높이고 낮추는 건강위험인자를 분석했다. 체질량지수, 혈압, 공복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간기능효소, 요산이 높거나 흡연자에서 C-반응 단백이 증가했고, 정기적인 운동과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C-반응 단백은 감소했다. 이는 서구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점이다.

이용제 교수는 “이번 연구는 C-반응 단백을 결정짓는 건강위험인자는 서구의 연구결과와 유사하지만,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심혈관질환의 고위험인자로서 C-반응 단백의 기준점을 사용한다면 서구와 다른 낮은 값으로 낮추어야 하고, 남녀별로 따로 적용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만성 B형간염 예후평가에 anti-HBc IgG 역가 ‘유용’

우리나라는 B형간염 유병률과 만성 간질환 및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10세 이상 HBsAg 양성률 3.7% (2007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간질환 및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 3위(2007년 통계청)를 차지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HBV) 보유자라 하더라도 감염 시기 및 개인의 면역상태에 따라 다양한 임상경과를 나타내어 이중 일부만이 만성 간질환이나 간암으로 진행한다.

강릉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노진, 김하경, 김원백, 이길상, 기지훈, 오미경 연구팀은 만성HBV 보유자들의 임상경과나 예후를 결정하는 인자를 알아보기 위해  혈청 검사로 쉽게 얻을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한 anti-HBc IgG 역가를 이용해 B형간염 환자의 임상적 간 상태와의 연관성을 분석해 HBV 보유자들의 간질환 예후를 예측하는데 anti-HBc IgG 역가의 활용여부를 알아봤다.

연구팀은 1998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병원에 내원한 환자 중 HBsAg이 6개월 이상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 단층 촬영 및 3개월 간격으로 최소 2번 이상의 말초혈액 검사를 시행한 후 이들을 종합해 무증상,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암군으로 세분화 했다.

혈청 B형간염 바이러스 표지자는 방사선 동위원소 방법과 Dot blot hybridization 또는 real time PCR법으로 측정해 이들과 임상적 간상태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환자 총 581명중 남자, 고령에서 임상적 간상태가 나쁘게 진행됐다(p>0.01). HBsAg, HBV DNA, anti-HBc IgG는 역가가 증가할수록 임상적 간상태가 나쁘게 진행되는 반면(p>0.01) HBeAg 양성인 경우 만성간염군과 간경변증군이 많았다(p>0.01).

anti-HBc IgG 역가에 따른 임상적 간상태를 연령군별로 살펴보면, 40세 이상에서는 anti-HBc IgG 역가가 증가할수록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임상적 간상태가 나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연령, 성별에 따라 임상 경과가 다르고, 같은 연령군에서도 anti-HBc IgG 역가의 증가에 따라 임상적 간상태가 나쁘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차의료인이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임상상태를 평가하는데 anti-HBc IgG 역가를 이용하는 것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nti-HBc IgG 역가는 40세 미만에서는 역가증가에 따라 임상적 간 상태가 나쁘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이는 40세 미만에서는 간경화 및 간암 환자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서 HBV DNA측정에 Dot blot hybridization 또는 real time PCR법을 사용해 anti-HBc IgG 역가와 비교 분석하지 않았으나, 추후 HBV DNA real time PCR법과 anti-HBc IgG 역가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교육수준과 대사증후군 유병률 반비례

대사증후군은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을 동시에 가지는 일종의 질환군으로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등의 발병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다. 이는 유전적인 인자와 환경적인 인자들에 의해 발생되는데 특히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은 건강격차 연구에서 대표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인하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은영, 최지호, 이연지 연구팀은 사회계층변수가 만성질환 유병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은 영향을 초래한다는 기존 연구들을 토대로 여성에서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른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을 세대별로 비교연구했다.

연구팀은 2007년 제4기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19세 이상 65세 이하의 여성 1,207명에 대해 연령별로 19~34세(급속도의 경제 성장 및 정치적 안정으로 서구화된 생활양식 및 고등교육을 경험한 세대), 35~49세(초기 산업화 및 정치적 혼돈을 겪으나 체계화된 교육을 경험하기 시작한 세대), 50~65세(6.25 전쟁전후의 빈곤을 겪음으로서 교육에 기회를 갖지 못한 세대)의 세군으로 분류했다.

이 연구에서 기준으로 한 대사증후군의 정의는 허리둘레 ≥90cm(남자), ≥ 85cm(여자), 혈압 ≥130/85mmHg 또는 항고혈압약제 복용, 공복혈당 ≥100mg/dL 또는 당뇨병 치료 중, 중성지방 ≥150mg/dL 또는 약물복용 중, HDL-콜레스테롤 >40mg/dL(남자), >50mg/dL(여자) 또는 약물복용중인 자 등이다.

교육수준은 19세~34세는 12년 이상, 35~49세 이상에서는 9년 이상, 50~65세 군에서는 6년 이상을 고학력으로 구분했으며, 수입정도는 월평균 가구 균등화 소득에 따라 이분위로 구분해 분석했다.

조사결과 대상자들의 대사적 인자들(체질량지수, 허리 둘레,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공복혈당, 총 콜레스테롤, 고밀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에 있어 나이가 증가할수록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다른 인자들에서는 증가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흡연 및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정도에 있어서는 세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결혼 상태(기혼 또는 이혼, 별거, 사별, 미혼)와 교육정도, 현재 직업 유무, 수입정도, 음주 여부, 6시간 이내의 수면 유무, 대사증후군 유무에 있어서는 세군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교육수준에 따른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50~65세군에서는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의 위험도가 높은군에 비해 1.7배 높았으며, 35~49세군에서는 1.55배, 19세~34세군에서는 4.3배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직업 유무에 따른 유병률 차이는 50~65세군에서만, 수입정도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는 35~49세군과 50~65세군에서만 유의미했다.

이는 19~34세군에서는 수입정도 차이보다 교육정도 차이가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도 기존의 다른 연구와 유사하게 결혼 상태, 음주, 흡연,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정도, 하루 6시간 이내의 수면 등이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경제적 상태가 미치는 영향에 비해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 한국인을 대표할 수 있는 자료를 이용해 세대간 교육수준의 구조적 차이를 교정한 후에도 사회경제적 상태를 대변하는 교육정도, 소득수준이 대사증후군의 유병률과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사회경제적 불균형에 따른 건강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차원의 관리 및 건강증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니코틴 담배, 코티닌 수치와 무관

순한 담배로 알려진 저니코틴 담배가 출시된 이래 일반 사람들은 저니코틴, 저타르 담배가 기존의 담배에 비해 건강상의 해악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저니코틴 담배를 피우더라도 요중 코티닌 수치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브랜드별 니코틴 함량보다도 니코틴 의존도에 따른 담배를 피우는 형태에 의해 코티닌 수치가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순한 담배라는 인식으로 인해 담배 개비가 증가하거나, 담배를 더 깊게 흡입하거나 하는 담배를 피우는 형태가 저니코틴 함량을 보상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류정금 교수팀은 담배 상표별 니코틴 함량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코티닌과의 관계를 니코틴 의존도 및 담배를 피우는 행태와의 관계를 분석해 코티닌 수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다.

2008년 4월 1일부터 2009년 4월 30일까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9세 이상의 남녀 흡연자 380명을 대상으로 현재 흡연을 하고 있는 담배 종류와 니코틴 함량, 흡연력을 조사하고, 한개비 흡연시 흡입횟수, 흡입 때의 깊이, 피고 남은 꽁초의 길이, 파거스트롬 니코틴의 의존도 등을 설문했다. 또한 요중 코티닌 수치를 측정해 분석에 이용해 요중 코티닌 수치가 100 이하인 31명을 제외하고 최종 349명(남자 330명, 여자 19명)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초저코틴 0.05mg(타르 0.5mg), 저니코틴 0.1mg(타르 1mg), 일반담배 0.1mg(타르 10mg 초과) 분류해 각 그룹별 FTND, 코티닌, 한개비 당 흡연횟수, 금연시도 횟수, 흡연기간을 비교했으나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요중 코티닌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결과, 체질량지수(p=0.024), 니코틴 의존도(p=0.005), 한주 흡연량(p=0.020)이 의미 있게 분석됐으나, 니코틴 함량에 따른 차이와 흡연형태에 관련된 설문문항은 요 코티닌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류정금 교수는 “요중 코티닌은 담배 상표별 니코틴 함량과 흡연 형태와 의미 있는 관계가 없었으며, 흡연자의 니코틴 의존도와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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