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과 신임교수 임용의 절대기준이 되고 있는 SCI 논문. 최근 대학병원가에 거세게 불고 있는 SCI 논문 열풍이 ‘연구업적 절대평가의 함정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는 최근 병원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SCI 논문 가치평가의 기형성을 지적했다.

SCI(Science Citation Index)는 미국의 다국적 회사인 Thomson Reuters 사가 전 세계 과학학술지 6426종을 대상으로 게재 논문의 피인용 횟수 등을 분석한 인용지수 자료다.

다른 문헌 색인 기관인 Medline, SCOPUS, EMBASE 등과 달리 각 학술지의 IF(Impact Factor, 영향력 지수)가 모두 계산되기 때문에 권위를 갖는다.

특히 국가별, 학교별, 병원별 등 집단별로 연구업적을 비교할 수 있어 의대는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SCI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의대나 병원에서는 SCI 논문을 많이 발표하거나 인용지수가 높은 SCI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교수에게 여러 종류의 상과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비 공모에 있어서도 SCI 학술지 발표논문이 많은 신청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용지수를 학술지 평가의 절대적 잣대로 이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게 채종일 교수의 주장이다.

논문 인용빈도에 기반을 둔 만큼 의학 분야 또는 종설 논문을 싣는 학술지의 인용지수가 월등히 높은게 당연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2007년에는 ‘CA-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가 영향력 지수 69.026으로 1위를 차지했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이 52.589로 2위, ‘Annual Review of Immunology'가 47.981로 3위였다.

‘Cell'은 7위로 29.887, ’Nature'는 10위로 28.751, ‘Science'는 14위로 26.372였다.

채 교수에 따르면 적어도 우수한 연구업적으로 대학이나 병원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교수들의 경우 6426개의 SCI 학술지 중 100위 이내 학술지에 게재됐음을 의미한다.

반면 일부 전공분야의 학술지들은 낮은 영향력 지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rthopedics'(48종)의 경우 영향력 지수가 가장 높은 종이 3.793, ’Legal Medcine‘(9종)은 3.03, ’Otorhinolaryngology'(30종)는 2.275, ‘Nursing'(46종)은 2.217 등이다.

더구나 그 분야에서 영향력 지수 1위인 학술지는 종설 위주의 학술지라서 집필 초청을 받지 않으면 논문을 낼 수조차 없다.

때문에 자신의 연구논문이나 증례보고 등은 영향력 지수가 낮은 학술지에 게재할 수 밖에 없다는게 채 교수의 주장이다.

채종일 교수는 “연구자들의 장기간에 걸치 업적 평가에서는 영향력 지수 외에 해당 논문의 피인용 횟수까지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평가 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메디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