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신경병성통증. 학계 보고에 따르면 유병률은 약 7%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는 당뇨환자가 겪는 당뇨병성 신경통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질환인식이 낮고 전문치료제가 적다는 점. 따라서 치료제 시장규모도 아직 파악조자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 적응증이 없는 삼환계 또는 항우울증 약이 처방, 복용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처럼 조용하던 신경병성통증(당뇨병성 섬유근통증후군 포함) 치료제 시장이 꿈틀댈 조짐이다. 현재 이 치료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화이자제약. 품목은 뉴론틴과 리리카로 지난해 처방약에서만 약 343억 원을 올렸다. 여기에 최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심발타로 출사표을 던지면서 묘한 경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시장의 특징은 규모가 매우 작지만 경쟁약물이 없어 나름 짭짤한 재미를 보는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에 복용횟수, 초회용량, 가격 등에서 기존의 제품보다 우수한 장점을 가진 약물이 나오면서 시장규모가 확대될지 아니면 똑같은 파이를 나눠먹을지 주목되고 있다.

리리카는 단계적 증량이 필요한 반면 심발타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복용횟수도 심발타가 1일 1회로 적다. 게다가 하루에 드는 약값도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형상 리리카가 다소 밀린다. 이를 의식한 리리카는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슬로건을 내걸고 수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점 시장에 새로운 약물이 일으킬 파장에 대해 업계는 상생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경쟁사의 매출을 깎아먹는게 아니라 오히려 시장의 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사례는 몇가지가 있다. 대표적인게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다. 2003년 당시 발기부전 시장의 독보적 위치를 구가하던 비아그라에 시알리스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비아그라 매출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약제마다 발기지속 시간의 차이 등 차별점을 부각시키면서 시장을 확대했고 그 이후 후속 약물이 출시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식이 낮았던 펜형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초 노보노디스크의 인슐린이 유일했던 시절 한국릴리가 경쟁품을 내놓자 제품마다 장단점을 홍보하면서 시장증가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얼마전에 나타난 사례도 이같은 모습을 보였다. 제픽스가 유일했던 만성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 바라크루드와 레보비르 등 경쟁품이 출현하면서 당시 400억 원 남짓하던 시장은 현재는 1200억 원대로 성장, 경쟁약의 출현은 곧 시장확대라는 공식을 입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마다 증상이 다른 것처럼 처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약제 특성은 중요치 않다”면서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경우 새로운 제품의 출현은 전체시장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인지 통증시장을 처음 진출하는 베링거인겔하임은 심발타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땅짚고 헤엄쳤던 화이자로서는 시장규모의 증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리리카 홍보를 강화하면서 경계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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