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의 권위자 심찬섭 교수가 최근 건국대로 적을 옮겼다. 순천향대병원에서 병원장까지 지냈던 심 교수가 이러한 결심을 한 것은 오로지 소화기질환만을 치료하는 병원을 세우겠다는 심 교수의 포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20년 넘게 몸 담았고 본인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만큼 오늘날의 순천향대병원이 있기까지 노력을 기울인 장본인으로서 안타까움이 많았다고 한다.

심교수가 정든 순천향대병원에서 건국대로 옮기는 결정은 "갑작스레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결정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순천향대병원의 소화기병센터가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곳으로 만든 장본인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 교수 본인도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 80~90%는 저를 따라왔다"고 할만큼 이적에 따른 순천향병원의 환자수 감소 역시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오히려 건국대 행을 결정한 요소였다. 심 교수는 이미 10여년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화기병센터 개념을 도입했다. 그 당시만해도 소화기병센터라는 말을 하면 "그런 거 해서 뭐해"라며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됐다고 한다.

10년 후 소화기병센터를 만든 후 심 교수의 혜안은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에서 보는 심 교수의 평가는 국내에서 받는 것 이상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 교수는 이러한 센터의 개념을 좀더 발전시켜 국제적인 소화기병원의 개념으로 격상시켰다. 이를 위해서는 건국대 행이 필요불가결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던 만큼 대우 역시 파격적이라는 후문이다. 현재 심 교수의 나이는 59세. 건국대 행을 결정할 때 건대 김경희 이사장으로부터 소화기병원 건립에 대해 약속은 물론 무한(?) 정년까지 보장했다는 말도 들린다.

심 교수가 구상하는 소화기병원은 위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 관련 암은 물론 소화기와 관련한 모든 질환을 관리하는 병원을 말한다. 여기에 최상의 서비스를 강화시켜 궁극적으로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건국대병원 소화기질환센터는 아직 심 교수의 구상에 비하면 작은 편. 하지만 현재 갖춰진 11명의 의료 스태프 수준은 수준급이라고 평가한다. 올 7월부터 확장공사에 들어가 금년 말이면 재 오픈할 예정인 소화기질환센터는 병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