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간 약가 결정권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심평원 송재성 원장이 약가결정 이원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시작된 갈등이 최근에는 노동조합간의 기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공단에서 열린 금요조찬 토론회에서 건보공단으로 약가결정이 일원화되면 불공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송재성 심평원장의 발언에 대해 "제약사 편에서 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송재성 심평원장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제약업계는 제약 측에서 약가를 결정하기를 원하고 건보공단은 건보재정을 위해 약가결정을 하기 원한다"며 "그러나 어느 한 쪽에서 약가를 결정하게 되면 불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으로 시작된 갈등이 급기야 노동조합간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제약사의 로비창구에 약가관리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심평원의 의약관리 역할과 기능으로 약가거품 제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평원은 철저하게 의약계 등 의료공급자와 소통하며 그 입장을 대변하는 구조"라며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사업을 공단의 주관하에 시행했다면 10조원에 약제비에 낀 수조원의 거품을 제거하는 속도와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건보노조는 "약가를 바로잡아 국민 부담을 덜어주려 시행한 약가재평가를 친 제약사 기관과 의약계의 로비창구에 맡긴 결과는 감독부처에 휘둘리고 제약사 이익만 앞세워 약가인하 일정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대상품목을 대폭 축소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건보공단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심평원 노조가 발끈, 12일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은 약가관련 생떼쓰기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라며 "몸집 부풀리기가 아닌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충고했다.

노조는 "심평원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공단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자신들은 심평원의 앵벌이임을 자처하면서 심평원이 제약사의 로비창구라는 근거없는 비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심평원 직원 전체가 마치 부패집단인양 매도하며, 심평원이 보험재정에 대한 부담도, 책임도 없다는 식의 주장으로 국민들에게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고 있다"며 "공단은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약사 로비의 실체를 즉각 밝혀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심평원 직원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노조는 공단노조가 주장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공단은 완료된 111건의 약가협상에서 심평원이 경제성 평가로 결정한 예정가를 85%로 낮추어 연간 180억원을 절감했다"는 주장에 대해 "약가협상에서 공단을 심평원에 예속시켰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시스템상 심평원은 다만 경제성 평가결과에 따라 급여여부를 검토해 제시하고 공단이 최종 약값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와 의료공급자는 과연 누구한테 로비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약가거품 제거를 위한 약가재평가는 처음 실시하는 제도로 새로운 기준개발, 이해집단간 첨예한 반론과 조정, 보완자료 작성 등으로 예정보다 지연될 수 밖에 없었음을 공단은 훤히 알고 있으면서도 공단이 했으면 약가거품을 1조원 이상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대국민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DUR 시스템은 의료공급자의 급여청구 심사기관인 심평원에서 해야함은 당연한 일"이라며 "심평원에서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DUR 시스템을 자신들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생떼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조는 "막대한 시간과 재정을 필요로 하는 DUR시스템을 자신들이 새로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주장은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건보재정절감에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