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이 사업상 보안을 유지해야 할 여러 가지 정보를 스스로 유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이유는 동종 업계에서의 인력 이동이 잦아지면서 정보도 함께 교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람따라 정보가는 모양새다.

인력의 이동이 반드시 회사의 정보도 유출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는 인력 스카웃의 목적이 경쟁사의 정보를 얻기 위한 것임은 공공연한 비밀. 꼭 인력을 스카웃하지 않아도 제약업계가 좁아 직장 및 학교선후배, 친목모임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최근 한국노바티스에 인력을 빼앗기다시피 한 한국MSD는 기분이 찜찜하다. 노바티스는 최근 백신사업부 론칭에 따라 새 인력을 충원하면서 한국MSD의 백신을 이끌고 있는 담당자를 스카웃했다.

백신전문기업인 베르나바이오텍에서 A형간염 치료제를 담당하는 마케팅 매니저 역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백신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보안에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사 정보를 얻기 위해 스카웃하는 대상은 비단 마케팅 인력 뿐 아니라 외부 업무가 주인 탓에 채용이 잘 드러나지 않는 영업사원도 해당된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이 상당수가 수시채용방식으로 영업사원들을 채용하면서 상당수가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영업사원들로부터 나오는 정보는 비하인드 스토리인 경우가 많다는게 마케팅 정보와의 차이다.

정식 스카웃이 아니라 학교 선후배간의 친목 모임도 정보 유출 경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약사, 간호사 출신들이 제약사에 많이 입사하면서 제약사는 다르지만 학교 선후배가 포진되고 있어 사적 보신을 위해 공유해선 안되는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삶의 패턴이 가까운 배우자를 고르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부부가 서로 다른 제약사에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만큼 정보 유출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올 초부터 심평원에서는 해당제약사의 약물에 한해 병원별, 지역별매출 등의 고급정보를 제공하면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심평원의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다.

제약사들도 이를 우려해 직원 교육을 통해 정보단속을 하고 있고 인터넷 사용제한 등 여러가지 조치를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제약업계가 좁은데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많아 웬만한 정보는 서로 주고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정보의 완전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