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순환기학회가 환자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페이스메이커, ICD(삽입형 제세동기), CRT(심장재동기요법)를 받은 환자의 재활·취학·취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디바이스 치료 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에서 부터 운전이나 취업문제 등 까지 폭넓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이드라인의 제정 배경에는 순환기 분야의 디바이스 치료를 받은 일본의 환자수가 인구수 대비 서구보다 적은 편인데다 전문의 편중에 따른 지역 차, 그리고 디바이스 이식률의 타당성 여부를 분석하는 역학적 데이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디바이스 치료를 받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페이스메이커협회 통계에 의하면 2008년 이식수는 페이스메이커 5만 3,000대, ICD나 CRT-D가 6,000대에 이른다.

이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작성할 무렵힌 2006년 당시 미국에서는 체니 부통령이 ICD 삽입 후에도 업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디바이스 삽입 환자의 취업문제에서 서구와 동양권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본 산업의과대학 순환기·신장내과 아베 하루히코 교수에 따르면 사회환경이나 직장환경이 갖춰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디바이스 삽입 환자들은 위기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디바이스 치료 후 사회생활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의료 뿐 아니라 학교보건법, 노동법, 도로교통법 등 여러가지 관련법을 망라할 필요가 있어 일본산업보건학회도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했다.

디바이스 삽입 후 일상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각종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다. 특히 일상생활에 밀접한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중요하다.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초래하는 영향은 일본에서 휴대전화 228개 기종을 검토한 결과 나온 ‘22cm 지침’이 있다. 이 지침은 이식 부위에서 휴대전화 등을 22cm 떨어트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도쿄여자의대 순환기내과 에지마 코이치로 교수는 “과거에는 전자파 등의 문제는 중요 사항이었지만 현재는 기기가 개발되면서 그 영향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구형 디바이스 삽입 환자까지를 배려해 “삽입 부위에서 22cm이상 거리를 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그는 또 디바이스 삽입 부위 반대쪽으로 통화할 것을 조언했다.

휴대전화 외에 주파수로 정보를 인식하는 RFID 시스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 기술은 옛날부터 도서관의 책 관리시스템에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도난방지를 위해 가게 입구에 설치되는 등 상품관리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역시 휴대전화처럼 22cm이상 거리를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밖에 전자파 간섭도 문제다. 디바이스 삽입 환자의 약 10분의 1은 전류를 감지하며 페이스메이커에 들어있는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조사(照射)도 금지하고 있다.

취업 문제는 고용자에게 노동자의 건강유지와 위험회피 면에서 어려운 문제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산업의사의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적고 있다.

디바이스 삽입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에 대해서는 페이스메이커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가하고 있으나 ICD나 CRT에 대해서는 금지다. 하지만 의사가 진단서를 발행한 경우에는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ICD, CRT-D환자가 운전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디바이스로 치료할 때 의사는 치료를 통해 얻는 효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사회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장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된 것은 치료를 하는 의사 외에 디바이스 제조사도 치료의 발전 뿐만 아니라 환자 QOL을 더 많이 배려해야할 시대가 됐음을 의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