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호흡기감염센터 웰컴트러스트 상급임상연구원 아지트 랄바니(Ajit Lalvani) 교수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투베르쿨린 반응시험에 비해 최근 도입된 ELISpot 혈액검사가 활동성 결핵 위험이 높은 환자를 좀더 정밀하게 분류할 수 있다고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양성에서 발병위험 4배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약 3명 중 1명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으며, 전세계에서 매년 새롭게 약 900만명이 활동성 결핵에 감염되고 있다. 감염자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국민이다.

ELISpot 검사는 임페리얼 컬리지의 결핵전문특별대책위원회가 개발된 새로운 혈액검사법으로, 결핵균 감염에 반응해 면역계 백혈구가 방출하는 단백질 시그널(interferon-γ)을 검출한다. 그리고 좀더 활동성 결핵 위험이 높은 환자를 분류할 수 있다.

활동성 결핵환자는 발열, 지속성 기침, 식욕상실 등 전반적인 결핵 증상을 보이는 반면 잠복 결핵(불현성 결핵감염)인 환자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잠복 결핵환자의 대부분은 치료를 통해 활동성 결핵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대표 연구자인 랄바니 교수는 가정에서 결핵균에 노출된 직후의 이스탄불(터키) 소아 908명을 조사했다.

이 중 594례는 ELISpot 또는 투베르쿨린 검사 중 한쪽 또는 양쪽의 검사에서 잠복 결핵의 양성 반응을 보였다. 투베르쿨린 검사에서 결핵의 양성 반응을 보인 소아 550명 가운데 12명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됐다.

한편 ELISpot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소아는 381명으로 소수였지만 활동성 결핵으로 이행한 소아 12명 중 11명은 양성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양성인 소아에서는 음성인 소아에 비해 결핵 발병 위험이 약 4배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교수는 "투베르쿨린 반응 시험보다 ELISpot이 예방적 치료의 타깃을 좁히는 정밀도가 높았다. ELISpot와는 달리 투베르쿨린 반응 시험에서는 과거 BCG 예방 접종을 받았던 환자에서 위양성 결과가 나오기 쉽다. 결핵의 새로운 혈액검사의 도입으로 예방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분류와 치료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도 줄일 수 있으며 약제 부작용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결핵 검사와 치료의 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장점은 특히 크다"고 말했다.

약 20개국에서 추천

연구에 참가한 소아의 76%는 사전에 활동성 결핵 예방제를 투여받았다. 때문에 예방적 치료를 받지 않은 소아에서 나타나는 활동성 결핵의 비율은 불확실했다.

그러나 ELISpot에서 양성으로 나타난 소아의 대부분이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성 결핵의 발병 위험이 높아 치료하지 않은 경우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랄바니 교수는 "영국 등 선진국 국민의 대부분은 결핵은 이미 과거의 질환이라서 감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영국에서도 결핵환자수는 20년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ELISpot와 같은 새로운 도구는 세계적인 결핵의 예방 대책에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혈액검사는 활동성 결핵의 예방을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를 분류할 수 있고 예방적으로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지견에 근거하여 우리는 이 차세대의 결핵 검사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이미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검사는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세계 약 20개국에서 투베르쿨린 반응 시험과 병용하도록 추천돼 있다.

교수는 임페리얼 컬리지와 임페리얼 컬리지?영국보건서비스(NHS) 트러스트(런던)에 신설된 결핵전문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공동으로 보건과학센터(AHSC)를 시작했다. AHSC의 목적은 연구 성과를 기존보다 신속하게 임상에 도입하는 것이다. 결핵전문 특별대책위원회는 결핵과 싸우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의 개발과 배치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웰컴트러스트,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유엔 개발계획(UNDP), 세계은행, WHO 열대병연구,연수특별프로그램, Sir Halley Stewart 트러스트로부터 지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