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산하 병원의 명칭 통일안 결정에 따라 보라매병원은 서울대학교라는 프리미엄 효과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 보라매병원으로서는 상당한 불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성만으로는 이제 병원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이제는보라매병원도 의료수준 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략을 세워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보라매병원 심혈관센터로 부임한 정우영 교수로부터 보라매병원의 향후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이 인터뷰는 서울시의회의 병원 명칭 결정안이 발표되기 전에 인터뷰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정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보라매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구전 마케팅을 들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 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가 심심찮게 많았습니다. 서울시가 아니라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찾아오는 환자가 많은 것은 분명 구전 마케팅의 효과라고 생각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보라매병원에서 진찰하는 의사는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의대 교수다. 실력으로만 보면 서울대병원 본원이나 분당병원과 수준 차이가 없다. 문제는 내원환자 대부분이 예방치료가 안된 중증 저소득층 서민환자라 구전 마케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즉 비싼 검사비가 두려워 예방치료도 못하고 정작 병에 걸렸어도 적극적인 치료의지가 없다는게 문제다.

정 교수는 “환자 소득수준으로 차별화시키는게 아니라 병원 발전을 위해서는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까지 다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의 바램 때문인지 리모델링 이후 보라매병원을 찾는 지방환자가 전에 없이 늘었다고 한다. 한 마을 주민이 진료받은 후 내려가서 동네 사람들에게 병원 좋다고 선전한 덕분이라고.

보라매병원이 가진 경쟁력으로는 현재 위치를 꼽을 수 있다. 서울시내 어느 병원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강북은 서울대와 세브란스, 동남쪽은 삼성서울과 서울아산이 있지만 서남부권에는 보라매병원 주변에는 경쟁할만한 네임밸류를 가진 병원이 없다.

이러한 지리적 우위를 갖고 있는데도 병원 발전의 상대적 지연은 보라매병원의 필수 해결 사항이다.

아울러 정 교수는 “보라매병원이 갖춘 의료기기 수준은 만족할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참신하고 실력있는 의료진이 좀더 보강돼야 한다”며 의료진 부족의 아쉬움을 강조했다.

덧붙여 “이제 의사는 권위의식을 버린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담하는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대 출신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보라매병원은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내노라하는 대형병원들은 모두 초대형 규모를 갖추고 고객만족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다. 병원 경영 성공 요인은 이제 실력은 기본이요, 서비스와 규모는 필요 충분조건이 되고 있다.

전원 서울대 출신의 의사, 지리적인 장점 등 어찌 보면 초대형병원의 요건을 갖춰 다른 병원의 부러움 요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적극적 의지 결여로 과거 저소득층이나 행려병자 등의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 하는 중소병원으로 남을지 아니면 적극적 마케팅과 고객에 대한 적극적인 서비스로 무장한 일류 병원으로 남을지 보라매병원의 선택만이 남아있다.